반기문 현상 놓고 감정싸움 조짐 보이는 여권

입력 2014-11-02 15:28 수정 2014-11-02 19:53

‘반기문 대망론’이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하자, 여야 가릴 것 없이 반 총장 띄우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의외로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 반 총장을 대권잠룡으로 부각시키는 데 혈안이다. 김무성 대표를 껄끄러워 하는데다, 7·14 전당대회이후 당 주류로 등장한 비박(비박근혜) 당권파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친박 의원을 주축으로 한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지난달 29일 세미나를 열고 차기 대권 주자로 반 총장을 부각시켰다. 그러자 당 안팎에서는 “비박계에 대한 견제구 아니냐”는 반응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박 대통령 임기가 3년 넘게 남았는데 친박 의원들이 생뚱맞게 특정 인물을 대선주자로 띄울 명분이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이런 분위기를 서슴없이 피력하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2일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는 비박 인사들이 과연 대선후보로서 자질이 있는지, 그 자체가 의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비박계는 친박의 반 총장 띄우기를 ‘오버 액션’으로 규정하며 불쾌한 표정이 역력하다. “같은 당 소속이면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지, 자신들이 싫어하는 당내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당 밖의 인물을 끌고 들어오는 것이 맞느냐”는 반응이다. 한 비박 인사는 “‘누구는 안된다, 누구는 꼭 견제해야 한다’는 식으로 당 안에서 소란을 피우면 당이 망한다”고 했다.

과거에도 간간이 반 총장 이름이 차기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곤 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반 총장은 39.7%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인 박원순 서울시장(13.5%)을 큰 폭으로 따돌렸다. 김 대표(4.9%)는 3위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9.3%)에 이어 4위에 그쳤다.

야당에서도 반 총장을 끌어오려는 분위기는 역력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일각에서는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지냈던 반 총장의 이력을 들어 “우리와 인연이 있는 사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TV에 출연해 “야권 후보로서 상당히 좋은 인물이라 환영할 일”이라며 “반 총장이 (야권 대선후보를) 한다면 강력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교동계 좌장격인 권노갑 상임고문 역시 한 모임 석상에서 반 총장을 야권 대선주자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