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페놀A 프리 제품… “비싸야 할 이유 없다”

입력 2014-11-02 12:27
국민일보DB

비스페놀 A가 몸에 좋지 않다고 해서 그 대체 물질로 만든 제품들이 몇 배나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유아용 젖병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선 비스페놀A 프리라 불리는 대체물질 젖병의 가격이 비스페놀A가 함유된 폴리카보네이트 젖병보다 서너 배 이상 비싸다. 미국화학협회 스티브 헨지스 박사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비스페놀A가 들어 있지 않은 플라스틱 식품 용기가 비스페놀A가 함유된 식품 용기보다 더 비싼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헨지스 박사는 “비스페놀A 원료로 한 식품 용기와 대체물질 용기의 안전성 차이가 불분명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사단법인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 주최로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비스페놀A 안전성 이슈’를 주제로 한 간담회에서 헨지스 박사는 “비스페놀A는 관련 논문들이 8600여 편에 달한다”며 “비스페놀A 프리 제품에 든 비스페놀A 대체물질의 안전성 관련 연구는 별로 없다”고 밝혔다.

60여년이나 사용됐고 전 세계적으로 800만t 이상 생산되고 있는 비스페놀A가 비스페놀A 대체물질보다 오히려 과학적으로 더 검증된 물질이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비스페놀A 프리 제품이 비스페놀A 함유 제품보다 더 강력한 합성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을 분비한다는(내분비계 교란) 연구결과가 올 봄에 발표됐다”고 소개했다. 비스페놀A에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헨지스 박사도 인정했다. 하지만 “사람에게 노출되는 양이 극소량이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식생활에서 웰빙 식품으로 통하는 콩ㆍ당근 등이 비스페놀A보다 에스트로겐 유사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면서 “이들 식품을 과다 섭취하지 않는 한 내분비계 교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비스페놀A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비스페놀A는 폴리카보네이트(PC)와 에폭시 수지의 제조에 주로 쓰이는 화합물이다. 폴리카보네이트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흔히 PC라고 부른다. 핸드폰ㆍ노트북 케이스ㆍDVD 디스크ㆍ스포츠 고글은 물론 식품·음료의 저장 용기 소재로 사용된다. 국내에선 연간 3조4000억원 규모의 비스페놀A가 생산되고 있다.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선 의견이 갈려 있다. 일부 소비자단체와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비스페놀A를 내분비계 교란물질(환경호르몬)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있다. 반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안전하다’(safe)는 입장이다. 최근 5년간 발표된 20편의 연구논문을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이다.

젖병에서의 비스페놀A 사용 금지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헨지스 박사는 “안전성 여부보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업계가 먼저 FDA에 젖병에서 비스페놀A 사용 금지를 건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2012년 7월부터 젖병에서 비스페놀A의 사용을 금하고 있다. 일본에선 비스페놀A의 사용에 대해 일체 규제하지 않고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