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의 핼러윈데이 최고 인기복장은 에볼라 전신 보호복이었다. 유행을 예민하게 반영하는 핼러윈데이 복장으로 ‘에볼라 콘셉트’가 주목받으면서 심각한 질병을 희화화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등 여러모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31일(현지시간) 핼러윈데이를 맞아 미국 내 상점들은 에볼라 전신 보호복과 마스크, 고글 등 ‘완전무장 세트’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연매출의 절반가량을 핼러윈데이 때 올리는 버지니아주의 복장업체 ‘토털 프라이트’의 주인 로렌조 칼타지로네는 “올해 핼러윈데이에 어른들은 에볼라 관련 복장을, 소녀들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테마 복장을 주로 사갔다”고 말했다고 1일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핼러윈데이는 가톨릭의 모든 성인을 찬미하는 만성절 축일(11월1일) 전야 축제다. 새해와 겨울의 시작을 알리며 특히 아이들은 기괴한 복장으로 이웃집을 돌면서 사탕, 과자 등 음식을 얻어먹는다.
미국에서 어른들이 핼러윈데이에 특이한 복장을 입는 것은 1970년대부터 시작했다. 이전에는 어린이들만 분장을 하고 집집을 돌아다니며 사탕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후 핼러윈데이를 맞아 평소에는 입을 수 없는 옷을 골라 ‘일탈’을 즐기고 센스를 과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특히 핼러윈데이 복장은 시대상을 예민하게 반영해 2008년에는 조류독감 복장이, 2009년에는 당시 사망한 유명 가수 마이클 잭슨 관련 복장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유행한 ‘에볼라 복장’에 대해서는 심각한 질병을 유희의 소재로 삼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아프리카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는 전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인도적으로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핼러윈데이를 즈음해 에볼라 복장을 입고 ‘에볼라 기부금’을 모금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순기능도 담당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댈러스에 사는 제임스 폴크는 앞마당을 에볼라 환자 격리병원처럼 꾸미고, 전신 보호복을 입고서 기부를 유도했다.
서아프리카 에볼라 지원 사업을 벌이는 구호단체 ‘닥터스 오브 더 월드’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구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을 게재하고 “이곳에서는 이런 모습이 복장에 불과하지만, 그곳에서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복장”이라며 기부를 유도해 눈길을 끌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핼러윈 최고 인기복장은 ‘에볼라 전신복’…질병 희화화 비판
입력 2014-11-02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