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믿고 박봉에 헌신했는데, 못참는다” 빨간 띠 두른 공무원들

입력 2014-11-01 17:11

전국에서 모인 공무원이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한 목소리로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외쳤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무원·교원 총궐기대회’에는 12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과 교원이 운집했다.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에 따르면 이날 대회에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6만 명,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3만 명, 한국노총연금공동대책위원회 1만 명, 한국교총 1만 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3000 명 등이 참가했다.

공무원연금 투쟁 협의체인 공투본에는 합법 노조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법외 노조인 전공노와 전교조 등 진보 성향 공무원단체뿐만 아니라 한국교총을 비롯한 보수 성향 단체까지 50여개 공무원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자유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른 한 공무원은 “처음 출근했을 때 선배님이 ‘월급이 좀 적지. 하지만 우리에겐 연금이 있잖아’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며 “박봉에도 공직 생활에 헌신했는데 이제 와서 공무원 연금을 삭감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쳤다.

이주완 전국퇴직공무원협의회장은 “공무원연금은 정부가 공무원에게 보장한 채권인데, 이제 와서 이 약속을 깨려고 한다”며 “연금 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20년 만에 빨간 띠를 맸다”고 말했다.

조진호 전국 공무원 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복지 대신 재정 안정화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려 국민께서 판단하실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투본은 이날 집회에서 투쟁 협의체의 명칭을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로 변경했다. 공무원연금뿐만 아니라 사학연금과 군인연금까지 모든 특수직역연금을 포함하고, 국민연금까지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것이다.

공투본은 또한 ‘선순환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 범국민 대책기구를 구성하고, 이 기구를 통해 ‘복지국가 어젠다’를 도출해 1년 후인 내년 11월 1일에 발표하겠다고 결의했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같은 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부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집회는 특별한 충돌 없이 오후 4시40분쯤 마무리됐다. 공투본은 대회 참석자가 많아 예정했던 거리 행진을 취소하고 각 공무원 단체의 깃발을 이용한 상징의식으로 대체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