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신현돈 전 제1야전군사령관 "이미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입력 2014-10-31 15:33 수정 2014-10-31 15:34

“이미 소나기에 온몸이 흠뻑 젖은 상태라 쉽게 마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늦게라도 진실이 밝혀졌으면 합니다.”

지난 9월 2일 음주추태주장이 제기돼 전격 전역한 신현돈(59) 전 제1야전군 사령관(예비역 대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해외순방시 음주를 한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과도한 추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뒤늦게 나마 사실을 소명할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 전 사령관은 사건은 단순했다고 설명했다. 장군들이 모교를 방문해 안보강의를 하도록 한 육군사업계획에 따라 그는 6월 19일 모교방문계획을 육군본부에 한달 전 보고했다. 당일 신 전 사령관은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하고 청주대학교를 방문해 학교 측과 군사학과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뒤 고교 동창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반주를 곁들였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이어서 일찍 자리를 떠야 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공관으로 복귀하던 중 잠시 충북 오창휴게소에 들려 화장실을 사용한 것이 화근이 됐다.

신 전 사령관은 부관과 함께 화장실에 갔고 마침 충북 오창휴계소를 들린 제보자인 지방대 강사 오모(59) 박사도 신 전 사령관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려했다. 부관이 다른 쪽을 이용하시라는 말에 오 박사는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고위 장성이 술을 마신 듯 한 것도 마뜩치 않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오 박사는 수도방위사령부 당직실에 전화해 “고위 장성이 술에 취한 듯하다”며 “누구인지 알려 달라”고 했다. 다음날 전화를 받은 신 전 사령관은 오 박사에게 전화해 사과했다. 오 박사도 흔쾌히 수용했다.

사건이 발생한 뒤 두달여 뒤 갑작스레 음주추태사건으로 보도되자 신 전 사령관은 곧바로 자진해 전역서를 제출했다. 신 전 사령관은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치문제화되면 사령관 직책을 수행할 수 없고 더 수치스럽게 될 것으로 봤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군에 부담을 주기보다는 전역하고 자연인이 된 상태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말들이 유포됐다. 신 전 사령관은 전역한 뒤 곧바로 경기도 북부에 있는 기도원에 들어갔기 때문에 왜곡된 내용이 보도된 이후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신 전 사령관은 “과거 부하들로부터 언론 보도에 대해 전해 듣고 뒤늦게 인터넷을 통해 확인했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그는 대통령 해외순방시 작전구역을 벗어나 만취상태에서 민간인들과 시비를 벌인 자격 미달의 엉터리 장군으로 맹비판을 받고 있었다. 신 전 사령관은 “40여년의 군생활을 부끄럼 없이 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고 토로했다.

신 전 사령관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뒤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국방부 감사관실의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결과는 신 전 사령관 사건이 왜곡됐다고 나왔다고 한다. 국방부는 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 10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이 신 전 사령관을 전역조치한 것이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질의하자 그제야 한 장관은 “(신 전 사령관이) 인사불성상태까지 취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민간인과 말싸움, 몸싸움 등 실랑이가 있었고 복장도 풀어헤친 상태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풀자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잘못된 정보로 군의 명예가 실추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무자비하게 누군가를 난도질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