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를 획정한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원론적 수준에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조정하면서 현행 선거구를 ‘떼었다가 붙이는’ 대수술이 불가피한 만큼 급격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 결정 직후 각각 당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새누리당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한 합리적 선거구 조정’을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조속한 구성 및 선거구획정위의 조기 가동을 공개 제안했다.
지역구 의원들은 날벼락을 맞은 표정이었다. 인구 상한선을 초과하거나 하한선에 미달한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은 혹시나 자신에게 불리하게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도미노 효과’도 변수다. 인구수가 적정한 지역구의 의원들도 인접 선거구 변화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지역구 획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지역별로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서울·인천·경기 등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선거구가 많은 지역구의 정치인들은 선거구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경북, 전남·북 등 인구 하한선에도 미달된 지역구가 많은 지역은 일부 지역구가 통폐합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지 않을까 근심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의 한 지방 의원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 이하로 바꾸라고 한 것은 도시 지역 의원들만 살고 농·어촌 지역의 정치인들은 죽으라는 얘기”라며 비판했다.
정치권은 고민에 휩싸였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선거구 재획정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로 정치권과 국민에게 혼란을 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도시의 인구밀집 현상이 심화되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성의 의미가 축소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정치권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선거구 문제를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문을 연 뒤 “다만 인구비례에 따른 표의 등가성뿐 아니라 농어촌의 지역 대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헌재 결정으로 대대적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졌으며 선거구 획정위원회 구성 및 가동도 더욱 시급해졌다”면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해졌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하루빨리 구성해 선거구획정위를 조기에 가동하자”면서 “정개특위에서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혼돈에 빠진 정치권
입력 2014-10-30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