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6000만원 쓰레기통에 버리고 불태우려 하고…거액 하루 세번 찾아준 경찰

입력 2014-10-30 16:47 수정 2014-11-28 22:51

“어떤 남자가 수백만 원은 돼 보이는 돈이랑 은행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지난 29일 낮 12시 서울 도봉경찰서 도봉1파출소에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서울 도봉구 모 은행지점에서 50대 남성이 현금과 카드를 은행 쓰레기통에 버리고 갔다는 신고였다. 경찰은 은행 CCTV를 조사해 돈을 버리고 간 사람이 서울 도봉구의 고시원에 사는 김모(52)씨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김씨를 은행으로 불러 쓰레기통에서 꺼낸 현금과 수표 389만원을 돌려줬다. 다시는 돈을 버리지 말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오후 3시 같은 파출소에 또다시 신고가 들어왔다. “한 남성이 돈을 태워 하수구에 버리고 자리를 떴다”는 내용이었다. 신고된 인상착의가 김씨였다. 경찰은 김씨의 동생을 수소문해 함께 김씨의 고시원을 찾아갔다. 김씨는 “돈을 불태운 게 내가 맞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끝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 동생이 오후 7시쯤 다급한 목소리로 “형의 통장을 보니 은행에서 1억6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한 기록이 있는데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은 해가 진 어두운 거리를 30분간 수색해 한 은행 근처 하수구에서 1억원과 6000만원 짜리 자기앞수표 두 장을 찾아내 김씨에게 돌려줬다. 문경재 도봉1파출소장은 30일 “지폐를 공중에서 날리는 경우는 가끔 봤지만 억대의 돈을 태우거나 버리는 경우는 경찰 생활 36년 만에 처음 봤다”고 말했다. 한나절 동안 3번이나 자신의 돈을 꺼내 버리거나 태우며 경찰을 바쁘게 한 김씨는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