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해상유를 1억ℓ 넘게 빼돌려 경기북부 섬유공장 등에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는 30일 해상유 1000억원어치, 1억700만ℓ를 밀반출해 불법으로 팔아넘긴 혐의(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로 급유업체 대표 김모(40)씨 등 17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박모(37)씨 등 6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이 판 해상유를 시중가보다 싸게 사서 공장 운영 등에 쓴 혐의(대기환경보존법 위반)로 섬유업체 대표 이모(56)씨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기북부 섬유업체 등은 산성비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황을 발생시키는 등 환경오염 우려 때문에 육상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해상유를 이들로부터 사들여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상유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유황 성분이 4% 정도로 일반 벙커C유보다 8배나 높아 보일러유로 태우게 되면 대기오염을 급증시킨다. 외항선박이나 어업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저유황 벙커C유에 비해 값이 싸 불법 유통되는 사례가 많다.
김씨 일당은 2012년부터 지난 9월까지 정유업체로부터 하청 받아 먼바다에 떠 있는 외항선에 해상유를 공급하는 급유 하청업체를 운영하며 운송 과정에서 해상유를 조금씩 빼돌리는 수법으로 해상유 1억700만ℓ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빼돌린 해상유를 부산 항만에서 ℓ당 300원에 선박 기름탱크 청소업체 대표 유모(56)씨 등에게 판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 등은 선박 기름창고 청소업체를 운영하며 항만에서 폐유를 자주 옮긴다는 점을 이용, 김씨 일당에게서 산 해상유를 폐유로 위장 반출해 유통시켰다.
불법 유통된 해상유는 시가(ℓ당 1천600원)의 절반 이하인 ℓ당 600원에 팔렸다.
이 기름은 경기도 양주시 포천시 연천군 등 대단위 섬유업체 밀집지역과 파주시 고양시 등 화훼단지 밀집지역에서 대규모로 유통됐다.
기름을 산 업체 대표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싼 가격 때문에 사들여 공장 보일러 가동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름창고 청소업체 일당은 해경이나 세관의 단속에 대비해 운반차량에 미리 바닷물 혼입 장치를 설치, 단속되면 레버 조작으로 바닷물을 섞어 폐유라고 주장하여 단속을 빠져나가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의정부=정수익 기자 sagu@kmib.co.kr
육지 사용 금지 해상유 1000억 빼돌려…섬유공장에 유통
입력 2014-10-30 10:45 수정 2014-10-30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