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서 얼마 전에 신앙토크를 했다. 일방적인 선포에만 익숙하던 우리 교인들은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들은 후에 또 다시 질문을 던지는 형식의 토크 콘서트를 접할 때, 처음에는 약간 머뭇거렸다. 질문하는 것이 어색했다. 혹시나 질문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다들 머뭇거리게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열기는 뜨거워졌고 끝나갈 무렵에는 여기저기서 서로 질문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생각해보니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신앙토크 때 나왔던 질문 가운데서 답변을 한다고 했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아주 길고 자세하게 대답하는 것이 어렵고 그저 간단하게 핵심만을 전달해야 하는 토크 콘서트라는 포맷 때문에 이러한 오해는 필연적인 것 같다.
질문자가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다. “시험기간이나 취업 시기일 때 교회활동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가요? 아니면 그래도 교회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하나요?” 나는 이 질문이 주일에 예배를 드리지 않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느냐 하는 질문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받은 사전 질문지는 이렇게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이나 취업시기일 때 교회활동(주일교사, 친교활동, 셀리더, 셀모임 등)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가요? 아니면 교회활동을 하면서 백수로 지내는 게 옳은가요?” 만일 시험 기간이나 취업 준비를 위해서 우리가 예배를 드리지 않아도 되는가라는 질문이었다면, 나는 단호하게 예배를 드려야 한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이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게 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예배는 우리의 당연한 존재목적이다. 따라서 이 목적보다 더 중요한 다른 목적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일을 게을리 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우리 인간은 쉼이 없이 무리하게 일을 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쉼을 통해서 재충전을 하게 되어 있고 그때서야 가장 최고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주일에도 쉬지 않고 시험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신 스케줄에 따라 적절하게 쉬면서 일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설사 예배를 드리면서 손해를 본다고 해도 그것은 궁극적인 손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를 위해 고난을 받는 일은 절대로 손해가 아니며, 때때로 손해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적인 손해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시험공부보다는 예배를 드리는 일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가 주를 위해 고난을 받는 것은 영광이며 기쁨이다.
넷째, 우리는 이러한 선택을 통해서 우리의 가치가 이 세상의 것에 있지 않고 하나님에게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여러 가지 교회의 활동 때문에 시험공부나 취업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이라고 한다면, 그 대답은 좀 달라질 것이다. 이 세상의 일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는 세속적인 일이고 교회에서 하는 일만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도록 부르셨다. 마치 다윗을 왕으로 부르신 것처럼 말이다. 다윗은 예배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통치를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왕으로서 백성들을 잘 다스리는 일을 통해서 그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요셉은 보디발의 집에서 종으로서 충성스럽게 일하고 감옥 속에서도 성실하게 일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다. 따라서 시험공부를 하는 것과 취업준비를 하는 것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방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전 10장 31절) 우리는 교회에 와서 교회의 일을 할 때에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일을 하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질문자가 사전질문지에서 질문했듯이 시험 기간이나 취업시기일 때 교회활동을 하면서 백수로 지내는 것이 옳은가 라는 질문이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나의 중요한 부분을 희생하면서 선한 일에 헌신할 수도 있다. 주일학교 교사로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내가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을 희생할 수 있을 것이다. 셀 리더로서 청년부원들의 신앙적인 성숙을 위해 돕는 일에 나의 시간을 희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결코 헛된 일이 아닐 것이다.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자신을 희생해주셨는데 그 정도의 희생쯤이야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다. 옥합을 깨트린 여인처럼 결혼을 포기하고 선교사역에 매진했던 바울처럼 생명을 포기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을 기꺼이 감당했던 수많은 순교자들처럼 정말 중요한 일을 위해서라면 내가 손해를 보는 것은 결코 아까운 것이 아닐 것이다.
교회 내에서의 다양한 행사들이 너무 많아서 개인이 이 세상에서 책임이 있는 존재로서 또한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라고 하신 하나님의 사명을 가진 존재로서 살아가지 못하고 오직 교회 안에서의 일들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진다면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한편으로 이 세상의 것들을 모두 포기하면서까지 신앙생활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이 세상에서의 사명도 아주 소중한 사명임을 깨닫도록 그 가운데서 신실하게 살아야 할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 오늘날 우리가 심각하게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이렇게 우리가 이 세상의 일에만 목매고 살고, 헌신과 희생이 없이 살아도 되나요?”가 아닐까?
이국진(사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목회자칼럼]대구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교회의 일과 세상의 일"
입력 2014-10-30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