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처우와 장기간 노동에 시달리던 배달 집배원이 업무중 승용차와 부딪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세상을 떠난 정모(43)씨는 광주 모 우체국 소속 18년차 베테랑 집배원.
29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50분쯤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교차로에서 정씨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와 최모(55)씨가 몰던 카니발 승용차가 충돌했다.
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고 승용차 운전자 최씨는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우체국 측은 정씨에 대해 순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평범한 일반 교통사고일지도 모르는 이 사고가 안타까운 건 현재 집배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때문.
정씨와 동료 13명이 담당했던 곳은 수완지구, 하남산단, 비아동 구역으로 공장이 밀집해 업무 부담이 상대적으로 컸고 대형 화물차의 통행이 많아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우체국도 최근 신흥 택지지구 개발로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공단이 위치해 다른 우체국보다 배달 업무 부담이 높았다.
광산구 인구는 40만명인데 집배원은 고작 118명이어서 집배원 1명이 고층 아파트와 공장이 밀집한 2개동을 담당해온 것.
문제는 숨진 정씨 같은 상황이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집배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각종 산업재해에 고통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실은 훨씬 더 혹독하다.
집배원들 연평균 노동시간은 3379시간으로 일반 노동자에 비해 1100∼1200시간 이상 많지만 평균 임금은 전체 평균의 62% 수준에 그친다.
과도한 업무 강도로 절반이 넘는 집배원들이 교통사고를 경험하며 매년 1∼2명의 집배원이 교통사고로 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1∼2013년 1182명이 업무로 인해 질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했고 이 가운데 19명이 사망했다. 이는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 재해율의 4.3배, 사망률은 6배 높은 수치다.
장시간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적재하고 옮기면서 뇌심혈관계, 근골격계질환 발생률도 일반 노동자에 비해 수십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지역 노동단체 관계자는 “최근 택배 물량이 늘어나며 집배원들의 노동량은 예전보다 크게 늘었는데 인력 충원은 제자리”라며 “집배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즉각적인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한 집배원의 안타까운 죽음… 현실을 보니
입력 2014-10-29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