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지뢰 깔린 향후 정국

입력 2014-10-29 16:54

총론에 대해선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각론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회동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다.

지난해 9월 17일 박 대통령은 국회 사랑재에서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3자 회담을 가졌다. 국가정보원 정치 댓글 사건 등으로 여야의 대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90분간의 회동이었지만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났다. 아무런 소득 없이 감정의 골만 더 깊어졌다. 3자 회담이 여야 대치를 푸는 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정국은 더 꼬여만 갔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달랐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주로 말을 하고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경청했다. 서로의 가슴에 비수를 꽂을 만한 예민한 이슈도 없었다. 연말 정기국회의 최대 화약고인 공무원연금법 처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얘기들이 오갔다. 세월호 관련 3법과 새해 예산안 처리에도 큰 이견이 없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29일 “정국 현안에 대해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자리”라며 “정기국회가 한동안은 제대로 굴러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관련 3법, 공무원연금 개혁 외에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무기 연기, 자원외교 국부 유출 등 여야 관계를 급냉각시킬 이슈가 한둘이 아니다. ‘최노믹스’로 대표되는 박근혜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여야간 입장차는 극명하다. 지금은 각자의 필요성에 의해 손을 잡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언제 상대방을 향해 가시 돋힌 말을 할지 모를 일이다.

개헌 이슈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개헌 논의 봇물’ 발언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다. 이를 알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개헌 이슈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관련 3법의 처리가 향후 여야 관계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여야가 합의한 대로 세월호 3법의 처리가 이뤄지면 여야 관계는 당분간 순항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을 놓고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달 말 합의가 깨질 경우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입씨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여야 내부의 권력 관계도 향후 정국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벌써부터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이번 회동에 대해 “너무 저자세로 나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자기 당 의원들을 단속하는 한편 여야 관계를 풀어야 가야 하는 ‘이중고’를 안게 된 셈이다.

여권으로서는 불안한 당청 관계가 여전히 부담이다. 당청 관계가 악화되면 여야 대화에 신경 쓸 여지가 없게 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야 모두 ‘3자 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당분간 여야 대결구도는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국이 더욱 안정되기 위해선 여야가 민감한 이슈에서 서로 한발짝씩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