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새정치연합, 듣는 박근혜 대통령

입력 2014-10-29 16:14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29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가진 회동은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야당 대표단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지자 미묘한 신경전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로 야당 지도부가 많이 발언하고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듣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회동 초반…화기애애한 ‘탐색전’=회동은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10분가량 지난 오전 10시53분 시작됐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대화를 잘 풀어나가려는 듯 덕담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좌석 배치를 두고 농담이 오가기도 했다. 원래 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기준으로 오른쪽에, 야당 지도부는 왼쪽에 앉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제안으로 여야가 자리를 바꿔 앉았다. 김 대표는 “오늘은 여러분들(야당 지도부)이 더 많은 얘기를 해야 하니까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박 대통령은 비교적 작은 원탁 테이블 크기를 놓고 “오순도순 얘기를 나누라고 테이블을 줄인 것 같다. 조그만해서 오순도순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국회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다”며 “마음을 열고 좋은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국민에게 온기와 희망을 드렸으면 한다”면서 주로 시정연설에서 방점을 찍은 경제 살리기를 거듭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 예산안은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에 두고 짰다고 언급한 뒤 “국가 재정을 낫게 해서 다음 정부에 넘기겠다”며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씨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 잘 오셨다”고 화답했다. 이어 “국무총리가 (시정연설문을) 대독하는 관행을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깨주시고 직접 시정연설을 해주셔서 고맙다. 잘하신 일”이라고 했다. 여야의 좌석 배치를 빗대 “오늘은 저쪽(여당)은 좌편이고, 이쪽(야당)은 우편”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면서 문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했다. 문 위원장은 “경제 활성화 부분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경제박사가 다 되셨나 하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동을 마련해준 데 대해선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소통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비공개 전환하자 신경전=이런 분위기는 취재진에게 공개된 모두발언 순서가 끝나갈 즈음부터 바뀌었다. 문 위원장이 “최노믹스라고 하는 최 부총리 식의 경기부양책은 우려된다”며 “경제체질도 개선해야 하고 서민이 웃고 편안해지는 것이 경제 활성화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듣기 거북하더라도 (박 대통령 좌석의 오른쪽에 앉은) 우파(새정치연합) 쪽 얘기를 많이 들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문 위원장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곧바로 문 위원장은 “정말이에요”라고 김 대표에게 되물으며 의아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오늘은 야당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를 향해 “준비를 많이 해오셨을 텐데 말씀해 달라”고 권하기도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