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37분 간의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키워드는 역시 ‘경제 살리기’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공공부문 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라고 현 상황을 규정한 다음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야당을 겨냥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선 상생(相生)을 강조하면서 간곡한 호소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 골든타임’ 경제 국정기조 최우선 재확인=박 대통령은 우선 정부가 불가피하게 20조원의 확대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인 경제 살리기를 위해선 재정적자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밝혔다. 박근혜정부 2년차는 물론 출범 3년차인 내년에도 최대 이슈는 ‘경제와 민생’이라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물론 국회와 국민,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들의 희생과 협조를 강하게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엔저의 ‘신(新) 3저’의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이라고도 했다. 이어 “민간의 지출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마저 지갑을 닫아버린다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며 재정확대의 불가피성도 설파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언급엔 단호함과 절박감 교차=박 대통령은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반드시 해내야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한 공공부문 개혁의 당위성도 거듭 호소했다. 또 “이번에도 제대로 된 개혁을 하지 못하면 다음 정부와 후손들에게 엄청난 빚을 넘겨주고 큰 짐을 지우게 된다”고도 했다.
아울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자본시장법, 주택법 등 주요 입법과제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에 “간곡히 당부드린다”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 등 표현도 많이 사용했다. 특히 “반드시” “지금 바로” “적극” 등 강조하는 부사를 입에 올릴 때마다 손짓으로 제스처를 취하는 등 역동성도 강조했다. 법안 처리를 요청할 때는 두 손을 모으기도 했다.
◇정치권 간접비판 대신 호소와 당부=박 대통령의 올해 연설에선 정치권, 특히 야당에 대한 비판이 사라졌다. 지난해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을 겨냥해 ‘과거의 틀’ ‘대립과 갈등’ 표현을 썼으나 올해는 초당적 협조를 호소하고 당부하는 톤이었다. 올해 연설에선 또 지난해와 달리 남북관계, 대북정책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박 대통령은 입장, 퇴장을 포함해 이번 연설에서 모두 29차례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35차례에 비해선 줄어들었다. 박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야당 의원 일부는 박 대통령 입·퇴장 시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이 2년 연속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에 약속드린 대로 올해 다시 예산안을 설명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단어 최다사용, ‘세월호’는 언급 안해=박 대통령 시정연설에는 총 2456개 단어가 사용됐다. 이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역시 ‘경제’로, 총 59차례였다. 이어 국민(31), 안전(19), 성장(15), 혁신·노력(각 14), 창조(12), 개혁(11), 규제(9), 도약(7), 복지(6) 순이었다. 연설문은 원고자 86장 분량으로, 읽는 데만 37분이 소요됐다.
박 대통령은 반면 ‘세월호’ 단어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각종 적폐 해소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면서도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2개월 전부터 시정연설 준비를 하는 등 연설문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막판까지 문구 수정, 첨삭을 했고 연설 당일 아침에서야 최종본이 완성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
시정연설에 세월호는 없었다
입력 2014-10-29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