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38)씨는 지난해 6월 의류를 수거한 뒤 재활용해 자원 낭비를 막는 목적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구상했다. 그는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인가를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보완 요청’ 판정을 내렸다. 이씨는 4개월 뒤 사업성을 보강해 다시 인가를 신청했지만 환경부는 이번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지자체는 의류 수거 사업이 독점인데 굳이 경쟁을 하기 싫다는 이유였고, 환경부는 이 의견에 따른 것이다.
최모(30)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들을 교육하는 협동조합을 계획했다. 당초 사회적 협동조합을 생각했지만 협동조합 통합지원기관 상담원은 “사회적 협동조합은 인가를 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인가가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며 만류했다. 최씨는 결국 일반 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고, 현재 사회적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정부의 협동조합 지원정책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정부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지정기부금 단체에 추가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실제 설립은 미미한 상황이다. 정부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에 소극적이고, 사회적기업에 비해 혜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주민 권익증진이나 취약계층 서비스 확대 등 비영리 목적의 협동조합을 말한다.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부터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복지와 일자리 구멍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실적은 초라하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560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사회적 협동조합은 겨우 185개로 전체의 3.3%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소극적 인가 방침을 문제 삼고 있다. ‘신나는조합’ 이상수 상임이사는 “해당 부처가 관리·감독 책임 부담 때문에 인가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인가를 해 줄 수 없는 이유를 찾는 데 더 열심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부처가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심사를 맡긴 375건 중 인가 판정이 난 경우는 178건에 불과했다. 진흥원은 인가 적합 의견을 냈지만 해당 부처에서 인가를 불허한 경우도 21건이나 됐다. 주무부처에서 신청받은 뒤 진흥원에 심사의뢰를 하지 않고 바로 반려한 경우까지 합하면 인가율은 더 떨어진다.
정부 지원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이다. 사회적 협동조합보다 5년 앞서 시행된 사회적기업은 인건비·컨설팅비용의 지원과 소득세·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이 풍부하다. 반면 사회적 협동조합엔 법인세 감면 외에는 눈에 띄는 혜택이 없다.
이 때문에 사회적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가 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인가 권한을 기획재정부로 통일시키거나 민간전문기관에 맡겨 일관성 있는 인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오 협동조합창업지원센터 이사장은 “법인세 혜택이 크지 않은 만큼 그 혜택을 없애고 사회적 협동조합도 일반 협동조합처럼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바꾸는 게 맞다”며 “신고제가 안 된다면 인가를 완화하고 정부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뒷걸음질치는 정부의 ‘반짝’ 사회적 협동조합 정책
입력 2014-10-28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