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방위산업 비리’ 결정판 통영함 성능보완 결정 논의 취소… K-2 전차도 성능 낮아져

입력 2014-10-28 21:52

군이 ‘방위산업 비리’의 결정판인 3500t급 국산 구조함 ‘통영함’을 부실인 상태로 해군에 인도하려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판 발언이 나오자 곧바로 인도를 연기했다. 또 ‘성능 미달’ 논란이 일었던 K-2(흑표) 전차의 파워팩(엔진+변속기) 부품에 대해 작전요구성능(ROC)을 완화시켜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군이 방위산업계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합참은 28일 “통영함 관련 내용을 31일 합참회의에 상정하려다 추가적인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논의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다음달에 논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방위사업청장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성능 미달로 전력화가 지연돼온 통영함을 서둘러 해군에 인도하는 방안을 논의하려던 것을 갑자기 취소한 것이다.

논의를 연기한 것은 이날 오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방산 비리에 대해 “절대 용납 못할 사안”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당초 군의 방침은 성능평가에서 ROC를 충족하지 못한 수중무인탐사기와 소나(음파탐지기)에 대해 해군이 1년간 성능보완 유예기간을 주고 통영함 자체는 조기 인도받게 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합참과 방사청이 ‘1년 내 ROC 총족’을 보증해주기로 했다.

육군의 차기 전차인 K-2 전차의 국산 파워팩의 경우는 아예 ROC 자체가 수정됐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 17일 전략회의에서 ROC를 ‘8초 이내’에서 ‘9초 이내’로 수정했다”고 공개했다. 당초 합참은 8초 이내에 시속 32㎞에 도달하는 성능을 요구했다. 하지만 파워팩을 생산하는 국내 D업체의 엔진과 S업체 변속기의 조합이 반복된 실험에서 8.7초가 걸렸고 이 때문에 전력화 시점이 자꾸 연기되자 결국 ROC를 완화한 것이다.

문제는 전체 206대 K-2 전차 중 100대에 탑재되는 독일제 파워팩은 8초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이다. 운영 주체인 육군 입장에선 절반은 빠른 전차를, 나머지는 느린 것을 써야 해 합동작전에 차질이 예상된다. 합참은 “적의 대전차 미사일의 도달 시간이 25초”라며 “25초 동안 100m 이동하면 되기 때문에 수정된 ROC로도 별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업체 기준에 맞추기 위한 변명으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군이 ROC에 미달하는 국내 업체를 고집하는 사이 2011년 실전배치 예정이던 차기 전차는 지난 6월에야 독일제 파워팩 탑재가 가능한 일부 전차만 생산된 상태다.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전차는 2016년부터 양산될 계획이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