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성형외과 부원장의 사망원인이 ‘프로포폴’ 중독인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내연관계를 맺은 이후 상습적으로 약물을 주사해 준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정맥주사용 마취유도제로 만들어진 프로포폴은 국내에서는 2011년 2월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 향정신성 의약품이다. 탁한 흰색을 띄어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이 의약품은 연예인 등 일부 계층에서 환각제로 남용하는 사례가 잦아 사망·중독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28일 자신이 운영 중인 병원의 부원장이자 내연관계인 A씨(30·여)와 함께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광주 모 성형외과 원장 B씨(51)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원장 B씨는 올 들어 수십 차례에 걸쳐 자신의 병원 수술실 등에서 부원장 A씨에게 프로포폴을 주사하고 자신에게도 투약해 온 혐의다.
A씨는 지난 7월27일 새벽에도 B씨로부터 주사기를 통해 프로포폴을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직후 대학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다음날 숨졌다.
경찰은 당초 “A씨가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기운이 없어 수액을 맺도록 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연령대 등을 감안해 구체적 사망경위에 대한 추가 수사에 나섰다.
30대 초반에 불과한 A씨의 사망원인이 석연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경찰은 추가 수사과정에서 A씨가 숨진 대학병원에서 “약물 과다투여가 의심 된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어 지난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의사협회에 숨진 A씨와 B씨의 모발 및 가검물 등에 대한 정밀분석을 의뢰한 결과 프로포폴 성분이 다량 검출된다는 분석결과를 통보받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최근 B씨가 운영 중인 성형외과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2시간여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향정신성의약품 관리창고 안에 수북히 쌓인 빈 프로포폴 상자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당초 범행을 부인하던 B씨는 경찰이 한동안 아예 작성되지 않았거나 허술하게 꾸며진 병원의 ‘마약류 관리대장’ 등을 내밀며 추궁하자 프로포폴 투약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포폴 중독과 이에 따른 폐질환 후유증으로 숨진 A씨는 의사나 간호사 자격증은 없지만 해당 병원에서 그동안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성형시술 및 피부관리 상담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서부경찰서 김용관 형사과장은 “내시경 시술에도 사용되는 프로포폴은 환각증상과 함께 중독성이 강해 남용할 경우 자제력 상실은 물론 순식간에 충동적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며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의 관리실태를 법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내연녀와 프로포폴 상습투약한 성형외과 원장 사전구속영장 신청
입력 2014-10-28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