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글이 많은 네티즌을 울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올린 분은 신해철을 정말 사랑한 분이라는 게 글에서 절절히 묻어나옵니다.
아이디 ‘물혹***’란 네티즌의 글은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신해철의 미래 모습을 상상하며 시작합니다.
“백발의 신해철이 보고 싶었다./워낙에 없는 머리숱에 얼마 없는 백발을 기르고 뒤로 묶은 우스꽝스러운 머리를 하고/노래를 부르다가 힘겨워 하고, 음이탈도 일어나고/옆의 김세황 기타리프도 자꾸만 틀리고/‘젠장 나 이거 이제 못부르겠다 아이고, 낄낄낄’하는 그의 너스레를 듣고 싶었다/그런 그를 역시 백발을 한 내가 되어 공연장을 찾고 싶었다.”
그는 87학번의 신해철은 길에 나와 돌을 던지던 여느 80학번 세대들과 달리 정치적이지 않았지만 그들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살았고 486의 이름을 달고 여의도로 입성한 정치인 나부래기들보다 훨씬 선명하고, 비굴하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비겁한 적 없었고 당당했다고 회고합니다.
엠엘비파크 캡처
대선 패배로 그가 오늘처럼 찔찔 짜고 있을 때 이 트윗을 보고 ‘아, 신해철은 막연하거나 추상적이지 않고 명료하고 객관적인 사람이구나. 이 형은 언제까지나 음악처럼 믿어볼 만한 형이구나”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는 오늘은 사랑하는 해철이형의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하지만 내일부터는 다시금 일상이 시작될 테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비루한 생업을 이어나가는 우리의 모습에 비통해 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신해철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생 동안에도 형의 음악으로 위안받을 것에 대해 미리 고마움 전할게요. 정말로 하얀머리의 마왕이 보고 싶었어요. 형과 함께 늙어가기 시작했는데 같이 더 늙고 싶었는데 신은 마왕에게 더이상의 늙음을 허용하지 않으셨나 봐요. 남아있는 우리들은 매일매일 늙어가면서 그렇게 더이상 늙지 않는 형을 그리워할게요.”
신은 신해철에게 더 이상의 늙음은 허락하지 않으셨지만 팬들이 그가 남긴 음악들과 함께 추억을 품고 시간이 들면 숙성하는 와인처럼 익어가는 걸 허락하셨습니다. 신해철,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를 보내지 않은 많은 이들이 남아있으니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