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고금리 상품을 잘못 가입했다가는 낭비벽이 생길 수도 있다.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가 KB, 우리, 신한, 기업, 농협, 하나, 외환, SC은행 등 8개 주요 은행에서 시판중인 정기적금을 조사한 결과, 과다한 카드 이용이나 각종 제약 조건을 내걸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8일 밝혔다.
국내 8개 대형 은행이 시판중인 연리 3% 이상인 1년제 적금 상품은 16개이지만 기본금리가 3% 이상인 적금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최현숙 대표는 “15개는 급여이체, 공과금 납부, 주식거래 등을 요구하며 특히 금리가 가장 높은 3개 상품은 과다한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 이용실적을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컨슈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KB굿플랜적금’(8.5%), SC은행의 ‘부자되는적금세트’(6.5%), 우리은행의 ‘우리함께행복나눔적금’(5.7%) 등 3개 상품은 600만~1800만 원의 카드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더나은미래’, ‘도농사랑가족적금’, 국민은행의 ‘가족사랑자유적금’ 역시 월 50만원 이상, 불입액보다 많은 카드실적(만기 시점) 등을 요구했다.
최 대표는 “더욱 큰 문제는 이를 충족시켜봤자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1년에 단 몇 만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라면서 “은행들이 한 달 불입액이 10만 원 내지 30만 원 정도인 소액 적금상품에 대해 높은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B국민은행 ‘KB굿플랜적금’의 경우 최고금리가 8.5%나 되지만 전용 신용카드인 ‘KB굿플랜카드’를 1년에 600만~1800만 원 사용해야 한다. 반면 월 적금 불입액은 1만~30만원으로 소액이다. 카드실적에서 20%가 포인트 등으로 적립되는 형식이어서 한도 30만원을 모두 채우려면 전월실적이 15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1년 동안 저축한도 360만 원을 모두 채우려면 카드를 1800만 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세후이자(일반과세)는 기본금리보다 고작 10만 원 가량 많은 14만 원에 불과하다.
은행들은 기준금리 연2% 시대에 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려면 카드 실적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최 대표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1%라도 높은 금융상품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점을 이용 은행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소액 단기 저축상품을 이용해 카드 수수료 수입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라며 “고금리에만 현혹되지 말고 실제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은행 고금리상품 우대조건 잘 살펴봐야… 컨슈머리서치 “제약 조건 많다”
입력 2014-10-28 13:04 수정 2014-10-28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