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판 '신의 한 수'…사기 바둑 일당 3명 구속

입력 2014-10-28 10:46

내기바둑의 세계를 담은 영화 ‘신의 한 수’를 재현한 사기바둑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초소형카메라로 바둑판 상황을 전송하고 무전기로 훈수를 두는 방법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거액을 가로챈 사기바둑 일당 서모(51)·장모(49)·한모(48)씨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초소형 카메라와 이어폰, 영상 송·수신기, 모니터 등 159점을 증거물로 압수했다. 거제지역 선·후배들인 이들은 지난해 9월 6일부터 올해 1월 11일 사이 거제지역의 기원에서 A씨(54) 등 3명을 상대로 80차례에 걸쳐 사기바둑을 두는 방법으로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바둑실력이 높은 A씨 등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내기바둑을 제안하고 나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과정에서 아마추어 바둑 4∼5급 실력인 서 씨가 내기바둑을 두는 ‘선수’ 역할을 맡았고, 아마추어 바둑 5단 수준인 장씨가 사기도박용 특수장비를 이용해 훈수를 두는 ‘멘트기사’를 담당했다.

한 씨는 이들 사이를 오가며 장비를 점검하는 ‘연락책’을 맡았다.

경찰은 평소 내기바둑을 즐기다가 많은 돈을 잃은 서씨가 한씨와 공모해 아마추어 바둑 실력이 높은 데다 사기도박용 특수장비 제조업을 비밀리에 운영 중인 장씨를 끌어들여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평소 바둑실력이 낮은 서씨의 내기바둑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승부욕이 강한 A씨 등 지역의 아마추어 바둑고수를 범행대상으로 물색했다.

서씨가 A씨 등에게 접근해 내기바둑을 제안, 바둑을 두면 주변 모텔에서 대기하던 장씨가 훈수를 두는 수법을 사용했다.

서씨가 윗옷 옷깃이나 모자 창 아래에 직경 1㎜가량의 초소형 카메라를 숨기고 속옷 등에 영상송신기와 초소형 이어폰, 음성수신기 등을 갖추고 바둑을 두면 영상 수신기와 무전기 등을 쳐다보는 장씨가 훈수를 뒀다.

경찰은 50차례나 사기도박 피해를 본 A씨는 자신보다 하수라고 여기던 서씨에게 바둑을 계속해서 지자 자존심이 상한 상태에서 돈을 빌리면서까지 사기도박에 응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평소 허리를 많이 숙이고 몸을 자주 움직이면서 바둑을 급하게 두는 서씨가 이번 범행 과정에서는 바둑을 두는 동안 구경꾼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 천천히 바둑을 두고 허리를 바르게 펴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변인들의 진술이 경찰의 탐문 수사에서 드러나 범행이 밝혀졌다.

경찰은 “거제지역에서 여러 사람이 사기도박 피해를 봤다는 진술이 있는데다 장씨가 바둑 사기에 필요한 장비를 포함해 형광물질이 입혀진 화투 등 전국에서 사기도박용 특수장비를 주문 제작해 공급한 혐의를 잡고 여죄 조사 및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