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역사의 수레바퀴 어디로 돌리시렵니까” 신해철, 노무현 후보 지지연설 영상 눈길

입력 2014-10-28 10:42 수정 2014-10-28 10:51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두 가지 선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릴 것이냐. 앞으로 가게 할 것이냐.”

27일 밤 세상을 등진 신해철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찬조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2년 전 영상이어서 화질은 나쁘지만 ‘좀 더 인간다운 삶’을 꿈꾸던 신해철의 의지가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28일 인터넷에 나도는 영상은 4분42초짜리입니다.

영상은 배우 명계남씨가 신해철을 소개하고 마이크를 건네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신해철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팬으로도 유명하죠.

검은색 모자를 눌러 쓴 신해철은 “여기 모이신 분들 중에도 평소 정치에 정자만 들어도 치를 떠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저도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정치를 혐오해왔지만 더 이상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이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하는 이유를 “옳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 모두를 위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나왔다”고 밝힙니다. 신해철은 우리의 삶이 이대로 계속돼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우리는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을 밟고 일어서고 경쟁하라. 대학에 못 들어가면 뒤처진다는 협박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니가 남을 밟지 않으면 남이 니 머리를 밟는다고 말이죠.”

그는 대한민국의 삶은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야 할 대한민국은 맹수들이 서로 물어뜯는 우리에 불과합니다. 이건 사람 사는 꼴이 아닙니다.”


님의


신해철은 안정과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합니다.

“북한이 쳐내려 온다 미군 철수하면 안 된다. 하지만 수 십 년 동안 늑대는 오지 않았습니다. 누구를 위한 안정이었습니까. 안정 희구는 누구를 위한 안정입니까? 정권을 위한 것입니까. 민초들을 위한 것입니까?”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연설을 마친 신해철은 노무현 후보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신해철은 이후에도 ‘할 말은 하는’ 사회운동가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각종 이슈에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대중음악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었죠.

신해철의 노무현 후보 찬조 연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탄식하고 있습니다.

“노짱과 신해철,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약했지만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한 점에는 공통점이 있네요.”

“노무현 대통령에게 꾸지람 듣고 계실 듯. 왜 이렇게 일찍 왔느냐고. ㅠㅠ”

새정치민주연합은 28일 이례적으로 신해철씨에 대한 애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새정치연합 허영일 부대변인은 “한국대중음악의 큰 별 신씨의 타계를 깊이 애도한다”면서 “2001년 대선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 후보 TV지지 연설에서 보여준 ‘약자에 대한 배려와 애정’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