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보라매병원, 로봇수술 건당 의사에게 50만원 인센티브?…환자들 뿔났다

입력 2014-10-28 11:15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시립보라매병원이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로봇수술 활성화를 위해 의사한테 수술 성과를 낼 경우 건당 50만원의 수당을 따로 지급하고 있어 환자를 볼모로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로봇수술은 원격 장치로 의사가 직접 칼을 대지 않고, 로봇 팔을 조종해 수술을 하는 방법입니다. 로봇수술은 대부분이 비급여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시말해, 정부에서 수술비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술비가 수 백에서 수 천만 원에 이르며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합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보라매병원이 지난 6월에 연 선택진료위원회의에서 교수의 직위와 로봇수술 종류에 따라 수술 한건당 30만원 또는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지난 27일 공개했습니다. 수당을 받는 대상은 겸직교수·임상교수·진료교수 등의 의사입니다.

보통 환자들은 같은 병이라도 의사들이 권하는 치료방침을 따르게 됩니다. 그런데 의사가 로봇수술을 환자에게 권유하면 환자들은 하나 뿐인 목숨을 이미 의사에게 맡긴 상황이기에 수술비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권유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결국 ‘로봇수술 활성화 수당’ 지급은 수술비에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 인해, 환자들에게는 더 비싼 수술을 강요하는 돈벌이 진료 라고 볼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우려입니다.

문제는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법보다 특별히 효과가 좋다는 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의료계에서 꽤 오랜시간동안 논란이 돼 왔습니다. 로봇수술은 아직 안전성, 유효성과 비용대비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로 알려져 있죠. 2013년 2월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로봇수술의 비용효과에 대한 비교 연구논문은 합병증과 수혈, 재수술, 입원일수, 사망, 비용에 대해서 로봇수술과 복강경수술 간에 차이가 없었고, 비용만 로봇수술이 평균 33% 정도 높은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시립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면서 시립병원 최초로 선택진료제를 도입했고 시립병원 최초로 30억 원이 넘는 로봇수술 기계를 도입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지역민과 저소득층 환자를 위해 보라매병원을 운영한다고 하고 내세우고 있으나, 수 천만 원짜리 수술비는 서민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싼 진료비죠.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보라매병원도 할 말은 있다고 합니다. 국내 유수병원 대비 이 병원의 로봇수술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시립병원의 특성으로 최저 500만원~최대 900만원의 낮은 로봇 수술 비용을 책정하고 있는데 이는 국내 유수병원 최대 책정 비용 1200만원~1600만원대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고난이도 기술의 로봇수술을 활용하는 의료인의 확대와 격려를 목적으로 올해 6월부터 ‘로봇 수술 활성화 수당 지급’ 정책을 시행해 왔다고 합니다. 병원 측은 “환자 입장에서 기존 수술 방법보다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첨단 로봇 수술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설명들을 권리가 있고 수술 방법을 선택 할 수 권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확산되자, 보라매병원은 로봇 수술 활성화 수당 지급정책은 본질과 다른 오해를 초래할 수가 있어 제도를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고난이도 기술의 로봇수술을 활용하는 의료인에게 격려를 목적으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의료영역은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수익보다는 ‘공적의료’라는 성격에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죠. 더불어 100%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수술을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면서 환자에게 수술을 독려한다면, 향후 문제가 될 경우에 누가 책임을 져아 할까요.

그나저나 의사들도 답답하겠습니다. 최첨단 의술에 도전하는 의사들에게 독려를 위해 지급하던 인센티브가 갑자기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