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기부양책 속에서도 갈 곳을 찾지 못한 단기 부동자금 규모가 75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지루한 저금리 기조와 증시 불안정, 부동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며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757조4383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금이 59조원, 요구불예금 133조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352조원, 머니마켓펀드(MMF) 61조원, 양도성예금증서(CD) 17조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37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9조원 등이다. 여기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이 67조원,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이 16조원으로 집계됐다. MMF 수치 등은 정부와 비거주자 보유분을 제외한 것이다.
2008년 말 540조원이었던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말 647조원까지 급증했었다. 이후 2010년 말 653조원, 2011년 말 650조원, 2012년 말 666조원으로 정체를 보이다가 지난해 말 713조원으로 다시 늘었다. 올 들어서는 1월 말 721조원이었지만 5월 말 732조원으로 늘었다. 이후 7월 말 739조원에서 8월 말 757조원으로 껑충 뛰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금이 시장으로 크게 유입되진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은행 상품은 기준금리의 하락과 함께 자금유입 매력이 떨어진 상태다. 대외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1900선을 위협받는 코스피지수는 연말에도 특별한 상승 동력이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 역시 서울 강남권에 집중돼 경기 개선을 이끌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길 잃은 투자자금 750조 최대치…저금리, 증시 불안정, 부동산 침체 등 악재로
입력 2014-10-28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