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 삼성화재 지분 인수 왜?

입력 2014-10-28 09:0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민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후계구도와의 연계성을 주목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 측은 금융감독 당국에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 인수와 관련한 법적 검토 등을 요청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6월 말 기준 보유하던 삼성자산운용 지분 7.7%를 삼성생명에 넘기고 252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0.1%씩 취득하려고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과거 삼성자산운용의 인수·합병(M&A) 등의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분을 취득하게 됐다.

보험사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주주가 처음 주식을 취득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로는 1% 이상 변동 때마다 승인을 받으면 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회장(20.76%)이다.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19.34%의 지분율로 2대 주주이며 삼성문화재단(4.68%)과 삼성생명공익재단(2.18%) 등이 특수관계인으로 올라 있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이 14.98%, 삼성문화재단 3.06%, 삼성복지재단 0.36%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18.41%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생명 지분 0.1%를 취득하게 되면 이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특수관계인에 오르게 된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취득은 아버지인 이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자리를 이어받아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 일가가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의 2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25.10%)이다. 일각에서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이 부회장이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는 삼성이 지배하기엔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갖고 있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된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필요도 없다”며 “이 부회장으로선 삼성생명·삼성화재 지분을 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3세 경영 체제의 본격화를 고려한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으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가 이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뀌는 지분 변화가 만에 하나 생긴다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제를 받으며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전문가들은 에버랜드가 지주회사가 되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던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20% 이상으로 늘리든지 아니면 매각해야 하는 기로에 설 수 있어서다.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지분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자금이 있다면 삼성생명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추후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