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총격사건 전하는 캐나다 뉴스의 자세? 이렇게 다르네요

입력 2014-10-28 08:46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은 해입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죠. 지난 22일 캐나다에선 수도 오타와에 있는 국회의사당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져 시민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대형 사고가 터지면 사람들의 눈과 귀는 온통 뉴스에 쏠립니다. 이 때 언론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총격사건이 일어났던 날 캐나다 공영방송 CBC도 곧바로 생방송 특보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렇게요.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가 뉴스특보에서 흔히 보던 빨간 자막이 안 보입니다. 앵커도 없네요. 목소리만 나옵니다. ‘도심에서 무장 괴한이 총기를 난사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다루는데 앵커의 말투는 너무나 차분합니다.

물론 CBC도 ‘속보(BREAKING NEWS)’와 ‘생방송(LIVE)’이라는 자막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았고 방송 내내 등장하지도 않았죠. 화면은 스튜디오와 현장 사진, 생중계 촬영 영상으로 분할해 구성됐습니다. 뉴스를 이끌었던 베테랑 앵커 피터 맨스브리지는 카메라 앞에 가끔씩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3시간이 넘게 뉴스특보가 방송되는 동안 ‘국회의사당 테러’나 ‘몇 명 사망’ 등의 자극적인 자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배경음악도 없었습니다. 조용했고 차분했습니다. 맨스브리지는 중간 중간 “우리가 지금 확실하게 아는 사실이 뭔가요?”라고 물으면서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추고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국회의사당을 포함해 3곳에서 총기를 난사했던 무장괴한들은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습니다. 괴한의 총격으로 경비병 1명이 숨지고 방호원 등 2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CBC 뉴스는 이 소식을 다른 매체에 비해 늦게 전했습니다. 생방송 특보를 진행했지만 속보 경쟁에서 밀린 거지요. 하지만 맨스브리지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천천히 운을 뗐죠. 그리고 CBC가 이 정보를 어떻게 얻었고 왜 정확한 정보라고 믿게 되었는지 설명했습니다.

‘드라마틱한 음악도 없었고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자막도 없었다. 뉴스를 자기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자나 앵커는 단 한명도 없었다. 과장된 표현도, 루머도, 실수도 없는 성숙한 뉴스였다.’

미국의 뉴스전문 블로그 TV NEWSER의 편집인은 CBC 뉴스특보를 이렇게 평했습니다. ‘캐나다 국민들에게 악몽 같았던 날, 맨스브리지와 CBC 동료들은 정중하고 품위 있게 임무를 수행했다. 미국의 방송사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다’라고 덧붙였죠.

CBC가 전한 건 속보도 아니고 단독도 아니었습니다. ‘남들보다 늦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진심이었습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