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붙잡아 일으키려다 손에 약간의 상처를 낸 학생들에게 출석정지 처분은 적당할까, 지나칠까.
서울 명문으로 꼽히는 중학교에 다니는 A군 등 3명은 지난 1월 같은 학년 피해자 B군(13)을 불러 교실 근처 작은 창고에 1분가량 가뒀다. 이들은 다음날에도 같은 짓을 하려 의자에 앉아 있던 B군의 팔과 다리를 잡고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B군이 버티면서 오른손에 수 ㎝의 살짝 긁힌 상처를 입혔다. B군은 교무실을 찾아 치료용 밴드를 받아 오른손 상처에 붙였고, 귀가 후 이를 발견한 부모가 A군 등을 학교에 신고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A군 등은 B군과 같은 반은 아니지만 여름·겨울 방학마다 열리는 방과 후 교실에서 같은 반에 배정되면서 친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A군 등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와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지만 B군의 부모는 합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 중학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가해학생들에게 ‘출석정지 3일’ 처분을 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로 서면 사과, 접촉·협박·보복 금지, 학교봉사, 사회봉사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출석 정지는 학급 교체·전학·퇴학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징계다.
학교폭력으로 출석 정지를 받으면 무단결석 처리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며, 향후 입시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A군 등은 “징계 재량권이 일탈·남용됐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박대준)는 A군(13) 등 3명이 학교 측에 낸 출석정지처분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의 조치를 할 때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출석 정지보다 가벼운 징계로는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군 등이 B군을 창고에 감금한 시간은 1분 정도이고, B군의 상처도 중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이전에 학교폭력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
친구를 창고에 1분 가두고 살짝 긁힌 상처를 입히면?
입력 2014-10-28 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