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가수 신해철(46)이 생전에 남긴 유언장에 네티즌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유언장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유언장은 2011년 7월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의 ‘부부가 엉켜사는 이야기’에서 신해철이 남긴 영상편지다. 신해철은 “(이건) 만약 사랑하는 사람에게 못 다하고 떠나게 될 것을 두려워하는 남자가 남기는 이야기 편지 또한 내 유언장”이라고 설명했다.
신해철은 유언장에서 “결혼 전 자살충동의 경향이 굉장히 센 편이여서 조절하는 훈련이나 치료를 받았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생기고부터는 너무 행복해서 저절로 치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 윤원희씨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남편이 되고 싶다. (안된다면) 당신의 아들, 엄마, 오빠, 강아지 그 무엇으로도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신해철은 만약의 일에 대비해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집안 친척 중 급사한 분들이 몇 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분 같은 경우 가족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못하더라”는 게 이유였다.
당시 제작진은 “신해철이 유언장 작성할 때 엄숙한 촬영을 위해 카메라만 설치해 놓고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았다”며 “윤원희씨는 유언장 작성 중 예전에 암 선고와 함께 아이를 못 낳을지도 모른다는 병원 측의 말에도 자신을 선택해준 신해철을 떠올리며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신해철은 지난 7월 ‘SNL코리아’에서 MC 유희열과 마주앉아 “몇 년 동안 여러분을 못 뵌 사이에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들을 찾아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프지만 마라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옛날에 우리 할머니가 삼촌들 시험공부하고 오면 ‘아프지만 마라’고 하셨어요. 제 딸이 9살, 아들이 7살일 때 하는 이야기이고 이 아이들이 스무살, 서른살이 돼도 똑같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못 해도 좋고, 학교(문제)가 어떻게 돼도 좋고, 돈 못 벌어도 좋으니까, 아프지만 마(라고요).”
신해철은 지난 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에서 장협착증 수술을 받은 이후 통증을 호소하며 입원을 반복하다 22일 오후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이후 계속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다 27일 오후 8시19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사망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