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열사' 김부선, "진실은 더디지만 드러나게 돼 있다"

입력 2014-10-27 19:53

아파트 난방비 비리를 폭로해 화제에 오른 배우 김부선이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아파트 비리 해결을 촉구했다. 김씨는 국정감사 마지막 날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씨는 베이지색 투피스 정장을 입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며 국감장에 들어섰다. 표정은 시종일관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기자들에게 “나한테 밥 사줘야해요”라며 농담을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박기춘 위원장의 요청으로 자리를 옆으로 옮길 때에도 카메라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사랑받는 여배우의 모습 그 자체였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전 국민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아파트 비리는 온 국민 절반의 문제”라며 김씨를 국감 참고인으로 요청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사건이니 피해자였던 김씨를 불러 설명을 들어보겠다는 취지다.

이어 황 의원은 김씨에게 그간 겪었던 비리들을 간략히 설명할 것을 요청했다. 그 순간 배우 김부선의 모습은 사라지고 할 말은 하는 ‘열사’ 김부선이 자리했다. 대답할 말을 수없이 연습하고 되뇐 듯 수첩엔 메모가 가득했고 중요 부분은 핑크색 형광펜으로 강조돼 있었다. 아파트 비리를 성토하는 김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왼쪽 손으로 턱을 괸 채, 김씨의 주장에 집중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이 심한 듯 김씨는 “연예계를 떠날 생각을 했다”며 떨린 목소리로 말했다. 또 “난방비는 아파트 생길 때부터 주민자치일이니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놨다”면서 “(배우로서) 연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거 생활 부분도 5대악으로 입법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소장 및 성동구청간의 유착관계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자 “유착 의심이 상당하다”며 다만 “심증만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소장 간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면 무분별한 관리비 청구는 줄어든다”면서 “입주자 대표회의가 전권을 가지고 있어 관리소장도 꼼짝 못 한다”며 갑의 횡포를 지적하고 나섰다.

임지훈 기자 zeitgei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