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광장.
햇볕은 따갑지만 다소 쌀쌀한 날씨에 약 50여명의 남녀들이 잔디밭 군데 군데 앉아 있다.
마치 정신이 ‘외출’한 듯 초점없는 눈동자에 누가 다가가도 꼼짝도 않은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데, 가슴마다 흰바탕에 검은 색이 번호표가 붙어있다.
이 사람들 뭐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하다면 답은 ‘선수들’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표 트윗 ‘서울마니아’는 27일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이 희한한 ‘멍때리기 대회’를 소개했다.
서울마니아는 이날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멍때리기 대회 현장은 말 그대로 초점없는 시선
들로 가득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대회 현장 사진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멍때리기’라는 말은 아무 생각없이 넋을 놓고 있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비속어.
프로젝트 듀오 전기호(electronic ship) 주최, 황원준 신경정신과가 후원하는 이 대회의 심사는 간단하면서 엄격하다.
마치 동상처럼 꼼짝도 앉은 상태에서 심박수가 가장 안정으로 나온 사람이 우승자가 되고, 크게 움직이거나 다른 짓을 하면 실격패로 처리된다고 한다.
즉 정말 ‘정신나간 것 같은 상태’가 ‘안정적’으로 지속돼야 우승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50여명이 참가해 선발 경쟁률은 3대 1로 알려졌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여기서 우승하고 기뻐해도 될까요?… ‘멍때리기 대회’ 눈길
입력 2014-10-27 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