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女사형수, 성폭행범 살해 누명으로 끝내…‘마지막 유언’ 진한 반향

입력 2014-10-27 14:58 수정 2014-10-27 15:07
사진=폭스뉴스 사진 캡처

“흙에서 썩고 싶지 않다. 내 눈과 젊은 심장이 먼지 속으로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

성폭행하려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7년간 복역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이란 여성 레이하네 자바리(26·사진)가 어머니에게 남긴 육성 유언이 국제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사회가 그녀의 누명을 벗기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노력했지만 결국 사형은 집행됐다.

자바리는 유언을 통해 자신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 주고 싶다는 기증 의사를 밝혔다.

그는 “내 이름을 알거나 나를 위해 꽃을 사거나 기도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도 말했다.

어머니에게는 “진심으로 내 무덤에 와서 울고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를 위해 검은 옷을 입지 말고, 내 괴로운 날들을 온 힘을 다해 잊고 바람이 나를 데려가게 해달라”고 전했다.

자바리는 성폭행 위기에 몰렸던 당시 자신이 남자를 찌르지 않았다면 자신은 성폭행 당하고 시신으로 길거리에 버려졌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사형 집행 전날인 24일 1시간 동안 어머니와 마지막 만남을 갖고 작별을 고했다.

앞서 자바리는 19살이던 2007년 자신을 빈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려던 전직 이란 정보기관 요원 모르테자 압돌라리 사르반디를 살해한 혐의로 2009년 사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자바리가 죄가 없음에도 억울하게 사형을 당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도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사건 당시 자바리는 가방 속에 칼을 꺼냈는데 재판부를 이를 빌미로 살인이 계획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당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칼로 사르반디의 등을 한 번 찔렀지만 그를 살해한 것은 다른 남자라고 주장했다.

수감 중 처우도 비인권적이었다.

인권단체 국제엠네스티에 따르면 자바리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가족들과 만나지도 못한 채 독방에서 생활했다.

자바리의 소식이 알려지자 유엔과 엠네스티 등 국제사회는 자바리를 위한 구명 운동이 전개됐고 전 세계에서 약 20만명이 석방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란은 지난달 30일에 자바리의 사형을 집행하려 했으나 이처럼 온라인 캠페인이 벌어지고 국제사회 여론이 들끓자 집행을 일시 미뤘다가 결국 25일 새벽에 형을 집행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