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사 관리부실로 폐기되는 혈액 매년 증가… 버리는 혈액 연 최대 1000ℓ 넘어

입력 2014-10-27 13:02

수혈 등에 쓰이지도 못 하고 관리 단계에서 버려지는 부적격 혈액이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적십자사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모인 귀한 혈액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뿐더러 문제점 개선에도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적십자사의 관리 부실 등으로 폐기된 혈액은 3433유닛(unit·혈액 용량 단위로 보통 300~500㎖)으로 2009년 1304유닛보다 2.6배 증가했다.

올해는 8월말까지 폐기된 혈액이 벌써 3192유닛이나 됐다. 2010년 1754유닛, 2011년 2026유닛, 2012년 3104유닛으로 중도 폐기되는 혈액은 매년 증가했다. 2009년부터 지난 8월까지 1만4813유닛의 혈액이 버려졌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여원어치나 된다.

지난 7월에는 대구경북혈액원이 급속동결기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신선동결혈장’ 41유닛이 폐기되는 사고가 생겼다. 대구경북혈액원은 사고가 났다는 보고를 미루다가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2011년에는 부산혈액원의 혈액보관시설에 문제가 생겨 기준 온도에서 벗어난 혈액 1864유닛이 고스란히 버려지기도 했다.

적십자사가 이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혈액 중도 폐기는 한 번 의료기관에 출고됐다가 교환 요청으로 다시 들어온 혈액 가운데 여러 이유로 재출고가 안 되는 경우가 62.3%였다(2009~2014년). 교환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재출고 할 수 없게 된 이유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어 보존기간이 지나서 버려진 경우가 32.3%, 혈액 용기나 표지가 파손돼 폐기된 사례가 3.2%였다.

이 의원은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적십자사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혈액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