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열리면 땅값 오른다”… 수십억 가로챈 다단계 조직 검거

입력 2014-10-27 12:53

지난해 11월 부동산 업자 권모(39)씨와 이모(38)씨는 서울 강남구에 다단계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차렸다. 10여년간 텔레마케팅 방식으로 기획부동산을 운영해왔지만 여의치 않자 사업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들은 업계에서 ‘다단계 전문가’로 소문난 이모(52) 김모(43·여) 윤모(53)씨를 영입해 각각 고문과 본부장, 영업전무로 임명했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 인천, 안산 등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노인·주부·실업자 등 서민들을 모아놓고 “강원도 강릉의 산을 갖고 있다. 이곳에 포스코 공장이 들어서 있는 데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면 땅값이 10배 이상 오를 것”이라며 “80만원을 투자하면 수당으로 95만원을 돌려준다”고 투자를 종용했다.

이들의 설명은 이렇다. 13㎡을 80만원에 사면 ‘사원’ 직급을 받는다. 이후 사원 7명을 소개해 땅을 사게 하면 수당 7만원과 ‘대리’ 직급을 받는다. 자신이 모집한 사람들이 한 단계 승진할 때마다 수당이 지급되며, 총 8명이 승진하면 자신도 ‘과장’ ‘부장’ 등 상위 직급으로 승진이 가능하다. 이렇게 4차례 연속 승진하면 ‘졸업’을 하는데 이때까지 받은 수당은 모으면 95만원이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 수법에 불과했다. 이들이 말하는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신규 투자자 4095명을 모집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들은 승진을 위해 자기 돈으로 땅을 사들여야 했다. “할부나 현금서비스를 받아도 수당이 나와서 충분히 갚을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신용카드로 땅을 샀다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사람들이 속출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 등 서민층이었다. 지난 7월까지 8개월간 피해자는 총 614명이었으며 피해 금액은 68억원에 달했다.

권씨 등이 팔아넘긴 땅 또한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급경사 황무지로, 3.3㎡당 매매가가 8800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충남 공주와 경북 영덕의 임야를 3.3㎡당 9800원에 사들여 30만원에 팔아넘기기도 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주범 권씨와 이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공범 이모(48)씨 등 2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을 분할해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에 다단계 영업방식을 접목한 신종 수법”이라며 “고수익을 미끼로 회원 가입을 하는 업체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