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실수’ 한맥투자증권, 캐시아캐피탈 불법거래 조사 요청

입력 2014-10-27 09:47

지난해 12월 12일 옵션시장 주문 실수로 466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던 한맥투자증권이 사고로 이득을 본 미국계 헤지펀드의 불법거래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7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발생한 파생상품시장 거래 실수 당시 헤지펀드 캐시아캐피탈이 불법거래로 354억원(추정)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이를 조사해 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 측이 알고리즘 매매기법에 따른 시세조종과 불법전용선(FEP서버)을 이용해 부정거래를 했다며 단순한 실수로만 촉발된 피해가 아님을 호소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캐시아는 알고리즘 매매기법을 이용해 당시 시장가보다 낮은 호가 주문을 고속으로 반복 제출해 시세를 변동시켰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매매는 정해진 주가와 정보 등의 조건에 따라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는 고도화된 매매를 말한다. 쉽게 말해 국내의 증권사들이 ‘큰 고객’을 위한 전용선을 설치해 다른 투자자들보다 쉽게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이 증권사들을 통해 한맥투자증권의 차익거래 프로그램에 뛰어든 캐시아캐피탈 등이 많은 이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는 모두가 공평하게 거래에 참여해야 하는 자본시장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호가 주문을 다른 주문보다 신속하게 반복적으로 내려면 국내 증권사 전용 FEP서버에 캐시아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을 불법으로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한맥투자증권의 주장이다.

한맥투자증권은 지난 6월 초에도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게 탄원서를 보내 “한맥투자증권 사태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주문을 위탁 체결해 준 일부 증권사가 FEP서버를 설치해 주고 거래를 더 빠르게 해 줬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맥증권의 진정서를 접수했다”며 구체적인 내용과 진행 사항 등에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구제의 가능성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악어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연못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비유했다.

한맥증권은 지난해 12월 12일 코스피 200 12월물 옵션을 주문하면서 ‘365’ 대신 ‘0’을 입력한 직원의 실수로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거나 높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 큰 손실을 입었다. 이후 한맥투자증권은 거래소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에 나서기도 했다. 한맥투자증권은 내년 1월 1일까지 고객 예탁금 반환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정지당한 상태다. 한맥투자증권은 금감원 진정과 함께 캐시아를 상대로 형사소송도 낼 예정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