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함 미스터리… 2억원짜리를 41억원에 구입, 몰랐나 묵인했나

입력 2014-10-26 17:07 수정 2014-10-26 17:13

통영함에 탑재된 2억원 수준의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가 41억원으로 ‘뻥튀기’가 될 동안 방위사업청은 눈을 감고 있었다. 해당 장비가 무슨 근거로 41억원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업체 말만 믿고 사업을 진척시켰다. 결과는 장비 부실이었고, 통영함은 아직도 멈춰서 있다. 공교롭게도 HMS 선정 과정을 관리·감독할 책임자 위치에 있었던 인사들은 현재 해군과 방사청의 최고위 간부가 돼 있다.

◇황당한 가격산정…방사청은 몰랐나, 묵인했나=방사청은 2009년 7월 수의계약으로 미국의 한 업체와 HMS 제공에 합의했다. 이후 가격산정 과정은 터무니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은 HMS 가격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가격 정보를 알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보고 문서를 보면 자신들이 스스로 조사한 가격 정보에 대해 “활용불가”라는 표현을 수차례 썼다.

먼저 방사청은 해당 장비가 아직 시험 단계에 있어 가격 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유사한 장비에 대해 가격을 조사해봤지만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져 활용이 어렵다고 보고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분석한 정보는 거의 ‘면피성’ 보고에 가깝다. 국방기술품질원은 HMS의 3가지 부품(공구류)에 대해 각각 0.87달러, 1.65달러, 35달러라는 정보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부품은 업체가 무상제공하는 품목이어서 가격정보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또 HMS와 유사한 다른 장비는 약 190억원(1826만 달러)나 돼 예산을 초과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격 정보로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보고도 했다. 두 기관 모두 가격 협상에 쓸 수 있는 정보는 전혀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방사청은 HMS의 적정한 가격이 무엇인지 잘 모른 채 업체와 가격협상을 시작했다. 방사청 원가총괄팀은 업체 제안가에서 12% 깎아서 41억원에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보고하고 당시 원가관리부장이던 김철수 차장은 이를 결재했다.

통영함 HMS를 구입할 당시에는 현재 해군과 방사청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들이 책임자로 등장한다. 해당 장비를 방사청이 사도록 직접 결정한 당사자가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당시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이고, HMS를 41억원에 사도록 승인한 이가 김 차장(당시 방사청 원가관리부장)이다. 이들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부적절한 묵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HMS 구매 앞두고 ‘수상한’ 전담부서 교체=해외장비 가격산정 담당부서가 통영함에 장착될 HMS 구매를 앞둔 2009년 5월 갑자기 바뀐 것도 의혹이 생기는 부분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해외 장비 가격 산정은 방사청 국제계약부에서 담당했다. 하지만 그해 5월 26일 이후 김철수 차장이 당시 부장을 맡았던 원가관리부로 해당 업무가 이관된다. 이에 따라 원가관리부가 그해 10월 HMS의 가격 산정을 담당한다. 통영함의 탑재된 HMS 계약 시기 전후에 공교롭게도 업무 분장이 바뀌었던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방사청은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1일 가격 검증 인력확대하고 목표 가격에 대한 복수검증 제도를 운영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