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이른바 ‘탁구공 제비뽑기’. 무슨 경품을 주는 행사는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이날의 추첨은 오는 31일과 다음달 3~5일 실시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때문이었다. 초·재선 의원들이 너도나도 “내가 대정부질문을 하겠다”고 몰리자, 원내 지도부가 제비뽑기로 질문자를 정한 것이다.
정기국회의 ‘클라이막스’인 대정부질문은 통상 의원들의 자발적 의사에 이뤄진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참여 경쟁이 치열했다고 한다. 정치 외교·통일·안보 경제 교육·사회·문화 등 총 4개 분야로 나눠 진행되는 대정부질문 가운데 경제와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신청자가 유독 많았다. 한 분야 당 여당 몫이 6명인데 교육·사회·문화 분야는 15명이, 경제는 무려 20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 6월 국회 때는 대정부질문에 나서겠다는 의원이 없어 원내 지도부가 “초선들은 다 뭐하냐”며 압박할 정도였다. 불과 몇 개월 만에 180도 상황이 달라진 셈이다.
일단 원내 지도부는 재선 이상 의원들에게는 “다음번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1차 정리를 했다. 초선도 설득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몇 개월 전부터 준비했는데,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게 대다수였다. 조정에 실패하자, 결국 탁구공에 번호를 써넣은 추첨 방식이 결정됐다. 선수(選數)로 확정된 3명을 제외하고 분야별로 1·2·3이라 쓰인 탁구공을 잡은 의원이 당첨됐다. 추첨은 의원 본인이 아니라 보좌관들이 ‘대리’했다. 이들은 아무 숫자도 없는 탁구공을 잡을까 전전긍긍했다. ‘모시는 의원님’에게 한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원내 행정국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정부질문을 하고나면 지역구에 의정보고서를 돌릴 때 유리하고 지역민원도 챙겨줄 기회가 된다”며 “이제 초선 의원들도 국회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벌써 2년 앞으로 다가온 2016년 총선을 앞둔 인지도 높이기 포석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대정부질문에 몰린 새누리당 초·재선… ‘탁구공 제비뽑기’ 등장
입력 2014-10-26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