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정취 전하는 수묵의 향기 노화랑 '근대의 화선 4인’ 전 10월31일까지

입력 2014-10-26 15:57
운보 김기창 '농악'
소정 변관식 '낚시터'
월전 장우성 '춤추는 유인원'
청전 이상범 '추경'
깊어가는 가을에 수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노화랑은 ‘근대의 화선 4인’ 전을 10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청전 이상범(1897~1972), 소정 변관식(1899~1976), 월전 장우성(1912~2005), 운보 김기창(1914~2001) 네 작가의 작품 20여점을 전시한다.

작가들은 모두 개성 강한 작품으로 한국의 근·현대미술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언제부터인가 이들의 작품이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여러 전시장에서 보기 어렵게 되었다. 그림을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며 외면 받고 있지만 이들의 작품은 우리 미술계를 풍부하게 만든 주역이다.

청전 이상범은 전통 수묵채색화를 근대적인 양식으로 재창조해낸 작가로, 나이 30대에 이미 이름을 드높였다. 특히 그의 작품은 매우 절제된 준법과 필묵으로 단아한 한국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냈다. 전통적인 기법과 예도를 지키면서도 수묵화의 지평을 넓힌 작가이기도 하다.

청전과 달리 강렬한 준법으로 독특한 수묵화 세계를 구축한 소정 변관식은 반골기질이 강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 유학을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산하를 여행하면서 특유의 필치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금강산을 소재로 한 그림이 유명하다.

월전 장우성은 이당 김은호의 문하에서 수학했기 때문에 매우 화려하고 세미한 채색화가로 화업을 시작했다. 21세에 ‘서화협회전’에 서예로 입선한 후 매년 조선미전에 출품해 연속으로 입상하면서 이름을 높였다. 해방 후에는 서울대 미술대학 교수로 숱한 제자를 양성했다. 한국회화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월전양식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운보 김기창은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하면서 한국화단의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청각장애를 앓으면서도 전통 산수화의 계보를 이어간 그는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점자 사라져가는 수묵채색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매체로 현란하게 표현한 현대 미술품도 나름대로 볼만하지만 사색의 계절에 그윽한 먹향이 풍기는 수묵채색화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02-739-3271).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