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국정감사가 27일로 막을 내린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으로 한때 무산 우려까지 나왔던 올해 국감은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 피감기관은 역대 최대규모인 672곳이었다. 국회의원의 ‘한해 농사’라 불리는 만큼 올해도 적잖은 성과가 있었지만 맹탕질·막말 등 구태도 되풀이됐다.
단통법, 카카오톡 사찰 최대 이슈
국민 체감도가 높은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과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미래창조과학부 등의 국감에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부작용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사 이익만 커졌을 뿐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는 게 요지였다. 이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지난 17일 통신업체 대표들을 불러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결국 통신사들은 가입비를 폐지하거나 지원금을 올리는 안을 내놓았다.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논란도 뜨거웠다.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카카오톡 감청에 대해 집중 질의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카카오톡 실시간 모니터링은 없다. 저도 카카오톡을 쓰고 있다”며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검찰의 감청 영장 제시에 응하지 않겠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국감 후반부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와 관련해 안전 문제로 초점이 옮겨졌다.
최대 유행어는 각종 ‘관피아(관료+마피아)’였다. 국방위원회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통영함 납품비리 등 군납비리를 파고들었고, 해군·방위사업청 출신 고위간부가 방산업체에 재취업하는 군피아(군+마피아)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해피아(해수부+마피아), ‘공피아(공정거래위원회+마피아)’ 등도 각 해당 상임위원회들의 표적이 됐다.
맹탕·재탕 질문과 막말…여전
올해도 국회의원들의 내용 없는 ‘맹탕’ 질문은 되풀이됐다. 최대 이슈인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기대와 달리 새로운 내용이나 의혹제기가 없었다. 관련 상임위에서는 구속수감 상태인 세월호 선원들까지 출석시켰지만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을 재탕·삼탕 하다보니 호통 치기에만 급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막말 및 인격 모욕 논란도 되풀이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윤종승(자니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가 나오자, 이른바 ‘노인폄하 발언’ 논란을 일으켰다. 설 의원이 윤 상임감사에게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 “79세면 쉬셔야죠”라고 한 것이다.
상대당 의원에 대한 ‘뒷담화’가 발각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이 발언하는 도중 새누리당 송영근 정미경 의원이 ‘쟤는 뭐든지 빼딱!’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적힌 메모를 주고받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휴대전화로 비키니를 입은 금발 외국여성 사진을 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진영논리 매몰, 대안은
이번 국감을 바라본 전문가들은 여전히 여야가 진영 논리에 함몰돼 있다고 총평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별 의원들이 단통법이나 사이버검열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들을 지적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야당은 정치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여당도 정부에 대한 비호세력으로 임했다. 그런 점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분리국감이나 상시국감을 논하기 전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료 제출 여부나 증인 출석 여부, 전년도 국감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 등 피감기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피감기관에 관한 문제는 상당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환풍구 추락 사고 등 긴급 현안에 발 빠르게 대처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치약에서 기준치가 넘는 발암 물질이 함유된 것과 같은 생활 밀착형 이슈를 발굴했다는 설명이다. 여당에 불리한 이슈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론화시킨 점도 성과로 꼽았다.
새정치연합은 사이버 사찰 및 방산비리 폭로, 4대강 비리 및 부실 해외자원개발사업 적발, 인사 폐해 등 현 정부의 실정 등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특히 사이버 사찰의 경우 인권과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온 만큼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국감 결산] 가까스로 실시된 2014년 국정감사… ‘빛과 그림자’
입력 2014-10-26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