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의 4.61㎡짜리 독거실에는 창을 통해 가을햇살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한 사람이 지내기에 좁아 보이지만 작은 탁자와 벽걸이TV, 화장실까지 딸려 있다. 직업훈련을 받으러 나간 이 방의 수형자는 탁자 위에 화장품 면봉 사과 소설책 등을 가지런히 정리해 뒀다. 최신 고시텔의 모습이 떠올랐다. 쇠창살이 있는 아이보리색 철문만이 이곳이 ‘감옥’임을 상기시켰다.
법무부가 69번째 ‘교정의 날’(28일)을 맞아 공개한 서울남부교도소는 깨끗했다. 원래 고척동에 있던 이 교도소는 2011년 10월 이 곳에 새 건물을 지어 이주했다. 독거실 333개, 3~7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 221개, 각종 직업훈련장, 샤워장 등은 ‘새집’처럼 관리되고 있었다.
현재 전직 국세청장 등 S2(완화경비시설)급 범죄자 1027명(정원 1100명)이 수감돼 있다. 법무부는 범행 동기와 형량, 죄질, 전과, 재범 위험성 등 16개 지표를 고려해 범죄자를 S1(경미)~S4(중대) 단계로 나눈다. 박광식 서울남부교도소장은 “비교적 양질의 범죄자가 수용되고 수형자들도 좋은 시설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니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교도소는 서울남부교도소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1963년 지은 안양교도소 외벽에는 군데군데 금이 가 있었다. 복도 천장에는 빼곡하게 들어선 배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누수로 인한 습기와 퀴퀴한 냄새가 온 건물을 채웠다. 전체 84동 중 50동은 붕괴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상태다. 1700명 정원에 1800명이 생활 중이다.
난방·급수·채광이 제대로 되지 않는 24.46㎡짜리 낡은 방에는 10명이 지내고 있었다. 이들은 S3~S4급 수형자다. 죄가 중한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수형생활을 하는 셈이다.
이들은 시설에 대한 불만을 동료 수형자나 교도관에게 표출한다. 지난해 폭행 등에 따른 안양교도소 내 징벌건수는 516건이었다. 서울남부교도소 86건의 6배다. 서울남부교도소에서는 지난해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던 자살시도가 여기선 4건 발생했다. 김모 교도관은 “같은 등급의 다른 시설에서도 근무해 봤지만 이렇게 수형자들이 험한 곳은 처음”이라며 “불만 많은 이들을 교정·교화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교도관에 대한 고소·고발·진정도 난무하고 있다. 2010년부터 지난 9월까지 안양교도소 수형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은 705건(서울남부교도소 167건). 권기훈 안양교도소장은 “수형자와 시비가 자주 발생하니 교도관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법무부는 2006년부터 안양교도소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라는 안양시와 지역주민의 반대가 거세다. 권 소장은 26일 “주민에게 체육관 테니스장 주차장 어린이집 등 편의시설을 개방한 서울남부교도소를 ‘롤모델’ 삼아 주민들을 설득해가겠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르포] 교도소 시설 좋으면 죄수 태도도 좋다?… 서울남부교도소와 안양교도소의 경우
입력 2014-10-26 16:06 수정 2014-10-26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