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법원, 임신·출산 여성 차별대우에 제동… ‘여성이 빛나는 사회’ 신호탄 되나

입력 2014-10-24 19:00

일본에서 임신 또는 출산을 한 직장 여성이 편한 부서로 옮겨달라고 했다고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아사히신문 등은 24일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임신이나 출산으로 보직 변경을 해달라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최초로 내렸다고 보도했다.

최고재판소 제1소법정은 전날 병원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던 여성이 임신 후 부담이 적은 보직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다가 부당한 강등 처분을 당했다며 소속 병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에서 병원 측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히로시마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한 강등은 여성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승낙이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와, 강등시켜도 여성의 불이익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신문은 5명의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원고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요미우리신문은 원고가 히로시마의 한 병원 재활 부문에서 1994년부터 재직해 2004년 부주임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2008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원고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가를 취득하기 전 가벼운 업무로의 전환을 요구했다가 부주임 자리에서 물러나는 인사조치를 당했다. 이에 불복한 원고는 “여성 노동자를 위축되게 만들고 경력 형성을 방해했다”며 병원을 상대로 약 175만엔(1716만원)의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은 인사조치가 적법한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병원 손을 들어줬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판결이 정부와 기업 등의 대응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판결이 최근 사회 문제로 거론된 이른바 ‘모성학대(일하는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차별받는 것)’가 개선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 임신을 경험한 여성 직장인 4명 중 1명이 ‘모성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최근 일본 정부가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임신·출산을 계기로 일과 육아 중 택일을 강요받는 여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