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K(43·남)씨는 등산이 건강에 좋다는 말에 주말마다 집 근처의 유명한 산을 찾았다. 얼마 전 K씨는 단풍이 절경인 산 정상에 오르고 나서 하산을 하다가 무릎이시큰대고 아파서 거의 절뚝이며 산을 내려왔다. 이후 집에서 온찜질을 해봤지만 무릎이 붓고 열이 났고, 통증 때문에 잘 걷지 못할 정도가 되자 양 씨는 병원을 찾았다. 진료 결과 K씨의 병명은 ‘반월상연골판파열’.
가을 단풍이 등산객을 유혹하는 10월은 산악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산악사고는 대부분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는 무리한 산행과 부주의에 의해 발생된다. 특히 4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는 관절염이 악화되거나 발목염좌, 반월상연골파열 등 여러 관절부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등산 후 무릎 붓기, 통증, 열감 있다면 관절염 의심
관절 내 연골은 탄력성이 좋고 마찰 계수가 적어 관절을 많이 사용해도 뼈가 닳지 않게 보호해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관절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연골손상이 누적되고 뼈끼리 맞부딪치면서 관절통증이 발생하는데, 바로 관절염이다.
관절염은 40대 이후 중장년일수록 발병률이 더욱 증가한다. 그래서 이 나이 대에는 무리하게 관절을 사용하여 등산을 하다가 관절염이 생기거나 기존의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다. 더구나 쌀쌀한 가을철 날씨는 관절 내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관절액을 굳게 하고, 인대 및 근육수축 현상을 일으켜 관절통증을 더욱 심화시킨다.
인천 모두병원 이동주 원장은 “관절손상 염려가 높은 중장년층이등산을 해야 한다면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걷기와 휴식을 적당히 조절해야 하며, 보통은 30분 걷고 5~10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또한 등산 시 지팡이를 짚어 무릎으로 가는 부담을 분산시키고, 산행 후에는 무릎에 온찜질을 하거나 따뜻한 목욕으로 관절을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릎이 아픈 증상이 1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관절염은 방치하면 통증도 극심할뿐더러 무릎 안쪽 관절이 심각하게 닳아 'O자형' 다리변형이 초래되어 걷고 움직이는 기본적인 활동이 어려워진다. 더 악화되면 활동제한으로 인해 심폐기능 저하, 우울증 같은 합병증까지 초래될 수 있으므로 등산 후 무릎 붓기나 통증, 열감 등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봐야 한다.
◇산행 중 발목 ‘삐끗’ 발목염좌…방치하면 습관성 염좌로 진행
가을 산행 중에는 단풍이나 주변 경관에 넋을 잃거나 동행인과 이야기를 하느라 발 밑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주의로 발목이 꺾이거나 삐끗해서 흔히 발생하는 부상이 발목염좌다.
발목염좌는 복사뼈 부근에 위치하는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질환으로, 부상 당시 발목이 붓거나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어진다. 또 부상 부위의 피부를 세게 눌렀을 때 아프고, 발가락을 들어올렸을 때 통증이 심하다.
발목을 삐거나 접질리는 것을 별 것 아니라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발목염좌는 방치하면 인대기능 자체가 소실되어 습관적으로 발을 잘 삐는 발목인대 불안정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될 때 제대로 치료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반월상연골파열 예방하려면 하산할 때 더욱 조심
등산은 올라갈 때보다 하산할 때 더욱 무릎에 부담이 많이 간다. 하산 중에는 몸이 허공에 떴다가 내려앉는 상태가 반복되어 관절로 가는 하중이 증가한다. 급한 마음에 빨리 뛰어 내려오거나 무릎을 구부리지 않은 채 뻣뻣하게 펴고 하산하는 경우에는 무릎 연골판이 받는 스트레스가 더욱 커진다.
하산 시에 발생 우려가 높은 관절질환이 반월상연골파열이다. 연골판은 젊은 나이일 때는 딱딱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두부처럼 물컹해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중장년층에서는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연골판이 쉽게 찢어지고 수술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만일 등산 후 무릎이 붓고 아프며, 걷는 것이 불안정하거나 무릎이 제멋대로 흔들리는 느낌이 있다면 반월상연골파열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봐야 한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아프다가 2주 정도가 지나면 증상이 많이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치하기 쉬운데 증상이 악화되면 심한 통증으로 걷기 어려워지고 관절염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동주 원장은 “산행 시 반월상연골파열 부상을 예방하려면 하산할 때 뛰거나 빨리 내려오는 것은 피해야 하고, 적당히 무릎관절을 구부리고 탄력을 주듯 내려오는 것이 좋다. 또한 썩은 나뭇가지나 불안정한 바위를 손잡이로 사용하지 않고, 사전에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돌발상황 시에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심한 관절염, 발목염좌, 반월상연골파열에는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손상된 부위의 관절 피부에 7mm 내외의 작은 구멍 2개를 낸 후 관절내시경을 집어넣으면 무릎이나 발목관절 속 증상을 세밀히 진단할 수 있으며 인대나 연골, 연골판을 정상화하는 수술이 가능하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흉터나 출혈, 후유증 염려가 적고 회복이 빨라 수술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송병기 기자
등산 후 무릎통증 호소하는 중장년층…이유는?
입력 2014-10-24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