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한국] “세월호때 이랬다면”…해체앞둔 해경의 초특급 구조훈련

입력 2014-10-24 15:17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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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 6개월이 넘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사 191일째였던 23일 AFP 사진기자는 경인운하가 있는 인천으로 향했습니다. 거기서 해양경찰청이 해난 구조 훈련하는 장면을 촬영해 전 세계에 송고했습니다. 모두 8장이나 보냈습니다. 이례적입니다.

첫 장면은 해경 마크의 항공기가 사고 선박을 선회하는 모습입니다. 해상에 위치표시 역할을 하는 섬광탄을 3발 투하합니다. 해양용어로 섬광탄은 ‘마린 마커’라고 부릅니다. 강렬한 불꽃과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이곳에 조난된 선박이 있다고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구조대 보라고 터트리는 겁니다.

1000t급 선박에 탑승한 수백명의 승객들에겐 “가만히 있으라”라는 방송 대신 “승선원의 지시에 따라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신속하게 옥상 갑판으로 대피하라”는 내용이 흘러 나옵니다. 승선원이 먼저 탈출하지 않고, 대피를 돕는 겁니다. 실제 상황이 아닌 훈련 중인데도, 동원된 사람들 가운데 웃는 이가 별로 없습니다.

이미 바다에 빠진 사람들은 해경 마크가 새겨진 헬리콥터가 구조합니다.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해양경찰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지난 4월 보다 많은 헬기가 신속히 투입됐더라면 어땠을까요.

이윽고 해경의 경비함 1002호가 왔습니다. 1000t급 배로 구조 현장을 총괄 지휘합니다. 해경의 고무보트 등도 구난 선박에 접안해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구조합니다. 물론 이는 세월호 때와 달리 선박 화재를 염두한 상황이었습니다. 세월호처럼 가라앉고 있는 배에는 이렇게 구명정이 접안하기 쉽지 않습니다.

AFP 통신은 사진설명에서 “한국 해양경찰의 항공기 헬리콥터 선박이 동원돼 선박 구조 훈련을 벌이고 있다”라며 “긴급 구조 훈련은 300명 이상이 수장된 4월 세월호 참사와 지난주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콘서트 이후 안전조치에 대한 거듭된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실시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연작 사진들에겐 ‘한국-안전-훈련’이란 태그가 달렸습니다.

이날 행사엔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으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후임자 인선 난항으로 다시 돌아온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관했습니다. 정 총리는 해경 해체를 비롯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행정부 수반입니다. 눈물을 흘리며 해경 해체를 다짐한 박근혜 대통령의 지휘를 받습니다. 그런데 AFP는 정 총리에 대해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신문들 가운데에는 인천의 유력지 경인일보가 현장에 기자를 보내 훈련을 참관한 해양과학고 2학년 학생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인 이 학생은 “세월호 때도 이렇게 대응했더라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