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침입한 도둑 때려 뇌사상태 빠뜨린 20대… 과잉대응 논란

입력 2014-10-24 14:15

집에 침입한 도둑에게 폭력을 휘둘러 도둑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면 과잉대응일까, 정당방위일까. 1심 법원은 이에 대해 ‘과잉대응’이라는 판단을 내놨다.

사건은 지난 3월 8일 오전 3시15분쯤 강원도 원주시 남원로 최모(21)씨의 주택에서 발생했다. 최씨는 사건 당일 새벽 3시쯤 귀가한 뒤 자신의 집 2층 거실에서 김모(55)씨가 서랍장을 뒤지는 것을 발견했다.

도둑임을 직감한 최씨는 달아나려던 김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넘어뜨리는 등 김씨를 제압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 과정에서 주먹에 맞아 쓰러진 김씨의 머리를 수차례 발로 차고, 빨래 건조대로 등 부분을 내리쳤다. 또 자신의 허리띠로 김씨의 등을 수차례 때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씨는 의식을 잃고 8개월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의 친형은 병원비 등에 부담감을 느껴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검찰은 흉기를 소지하지 않고 도망가려던 도둑을 과하게 폭행했다면서 최씨를 기소했다. 최씨가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입힌 점을 고려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최씨는 놀란 상황에서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정당방위’에 해당하거나 방위행위의 정도를 넘어선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과잉방위’란 상대방의 위협·위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사회 통념상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수준을 넘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를 말한다. 형법은 과잉방위도 형사상 책임을 감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씨의 변호인은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야간에 도둑을 보고 놀란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인 만큼 ‘과잉방위’에 해당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인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지난 8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받아들여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장시간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절도범에 대한 방위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면서 “이러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최씨는 즉각 항소했고, 이 사건은 춘천지법 항소심 재판부로 넘겨져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은 다음달 중순쯤 열릴 예정이다.

원주=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