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광주광역시의 광주지법 형사11부에서 임정엽 부장판사의 심리가 시작된 201호 법정에는 생존 학생들의 증언이 낭독됐다. 배를 버리고 먼저 탈출한 선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피해자 진술을 듣는 날이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여학생의 아버지는 법정에 나와 딸의 글을 대신 읽었다.
“가족들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하려고 한다.”
“탈출 당시 친구와 잠수해 나오기로 하고 복도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었는데 친구 손을 놓쳐버렸다.”
“아직까지 그 일은 저를 괴롭히고 있다.”
“복도로 찾아오는 바닷물의 공포, 친구의 비명, 그 모든 것들이 저를 괴롭힌다.”
“친구 생각에 힘든 날에는 가위에 눌리기도 한다.”
방청석에는 세월호 유족이 100명 넘게 참석했다. 이중 14명은 진술 기회를 얻었다. 단원고 교사였던 남편을 잃은 아내는 직접 증언대에 섰다. 남편의 시신은 아직 차가운 바다 아래에 있다.
“시신이 들어올 때 남편이 아니길 바랐는데 며칠이 지나고는 남편이길 바랬다.”
“형체라도 온전해서 손잡고 인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남편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 때문에…”
“떠나는 날 아침이 마지막이었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
“이제는 남편의 뼛조각이라도 찾아내 어린 아들들에게 아빠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지금도 남편은 깊은 바닷속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팔순 가까운 시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른다.”
방청석에선 “살인자들이야” 혹은 “너희들이 사람XX냐”라는 오열이 터져 나왔다.
다음은 김민기의 곡 ‘친구’를 들국화가 리메이크한 노래를 가지고 익명의 아티스트가 제작한 세월호 추모 영상.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