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받고도 담배 못 끊는 흡연자 많다

입력 2014-10-22 14:31

흡연은 강력한 발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건강한 사람도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금연이 필수다. 충격적이게도 흡연자 중 절반 이상이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흡연을 계속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 서울백병원은 가정의학과 박현아(사진) 교수팀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암 환자 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자 중 53%가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하루 평균 흡연 양은 14.5 개비로 조사됐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암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앞으로도 담배를 끊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흡연자 중 1개월 내 금연계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22.6%, 6개월 내 금연계획은 2.8%, 6개월 이후 금연계획은 40.2%로 조사됐지만, 금연할 생각이 없다는 환자도 34.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진단 후 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 중 남성은 14.5%로 여성(4.2%)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또 소득수준 상위 25%보다 하위 25% 계층 암 환자들의 흡연율이 4배가량 더 높았다.

또 자신의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인지한 환자의 흡연율(9.1%)이 건강상태가 좋다고 잘못 안 환자(4.2%)보다 되레 배 이상 높아 눈길을 끌었다. 이는 암 환자가 자신의 건강을 자포자기한 심리상태에서 흡연을 계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암 종류별 흡연율은 간암환자가 16.7%로 가장 높았고, 위암 14%, 대장암 13.3%, 요로계암 12.1% 순이었다. 여성 암 중에서는 자궁경부암 환자들의 흡연율이 5.9%로 가장 높았다.

박 교수는 “이렇듯 암 환자의 금연 실천 비율이 낮은 이유는 암 진단 후 암 치료에 급급하여 암 치료와 연계된 금연치료를 실시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며 “암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금연치료를 유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연세의대 영문판 학술지 ‘연세 메디컬 저널'(YMJ) 2015년 3월호에 게재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