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의 건강톡톡] 에볼라 유행 지역에 국내 의료진 파견, 국민 불안 확산

입력 2014-10-21 18:16

최근 정부가 에볼라 출혈열 유행 지역인 서아프리카 3개국(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의료계 뿐 아니라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에볼라 지역에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은 과연 득일까요, 실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에볼라 바이러스 위기가 최근 국제사회 최대의 인도적 위기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고, 감염병은 모든 국가가 합심해서 퇴치해야할 문제이므로 유엔 등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차원에서 피해지역에 보건인력을 파견키로 결정했습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국내 의료진은 11월말 현지로 파견돼 1월말까지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무시무시한 감염병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단순히 ‘이해득실’을 따져 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 국가 안전 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증폭됨에 따라 감염병 위험 지역에 구체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내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이 무모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정부는 우리 보건인력 파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영국·독일 등 에볼라 피해지역에 보건인력을 이미 파견한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안전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 왔다고 했습니다. 파견인력의 안전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므로 선발대가 먼저 가서 안전 대책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점검한 뒤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에 따르면 선발대는 외교부와 국방부, 복지부 관계자 6~7명 정도로 구성되며 에볼라 피해가 심각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을 파견지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 군 보건의료 인력을 선발대로 파견할 예정입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에 파견될 보건의료 인력과 관련된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선발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관 합동 해외긴급구호협의회’를 개최해 최종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렇게 ‘안전 최우선’을 강조하며 선발대를 파견해 안전대책을 수립한 후 본대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국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파견된 인력 중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에 따른 대응책이 미비하다는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의 치료도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필요하면 선진국의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은 커져만 갑니다. 인도적 차원에서는 인력 파견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감염 확률이 상당히 높은 이 바이러스 노출에 따르는 대책 마련이 전무하다는 것을 우려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우수한 의료인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러한 치사율이 높은 감염병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괜찮겠느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우려의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의협 측은 의료진이 감염됐을 때 이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치료제는 어떻게 구할 것인지, 감염 증상이 있는 사람을 국내로 들어오게 허가해줄 것인지 여부 등의 세부적인 계획안이 확보가 되었냐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이들 의사단체도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미비하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이죠. 더불어 정부는 감염 위험에 대비해 감염 잠복기인 21일을 고려해 이 기간 동안 현지 또는 제3의 나라에서 관찰할지, 국내로 우선 이송한 뒤 격리할지 등 구체적 방법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서아프리카 파견된 국제협력 인력 102명이 에볼라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은 이러한 불안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직원은 총 102명으로, 한국국제협력단은 가나에 9명, 나이지리아에 3명, 세네갈에 36명, 카메룬에 42명 등 96명 파견했습니다. 서아프리카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은 모자보건사업 등 보건의료지원활동을 수행하고 있는데 업무 특성상 현지인과 접촉이 많아 감염의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에 있다고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의 확인 결과, 에볼라 감염병이 발생 이후 우리 정부가 서아프리카에 파견된 직원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복 등 의료장비를 지원한 현황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해외공관이나 사무소에서 감염병 예방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의료장비도 없어 아프리카에 파견된 우리 직원들이 감염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우리 의료진을 해외로 보내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들 인력을 파견함에 앞서 정부는 에볼라 발병국과 그 주변국에서 근무하는 우리나라 직원에 대한 감염병 예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장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