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은 지리산 천왕봉을 품고 있다. 지리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온갖 기운들이 뻗어 내려가는 길목에 위치한 것이다. 그만큼 산세가 깊고 물이 맑은 고장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게다가 산청은 최근 세계전통의약 엑스포까지 치르면서 한의학 테마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주황빛 흙담이 운치를 더하는 가을, 그 주황빛을 따라 걷다가 지리산의 품속에 텐트를 펼쳐보자.
◇편리한 지리산 국립공원 야영장 - 내원 자동차 야영장= 어머니의 산, 지리산에서의 캠핑은 캠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여름 성수기에는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 중 하나가 지리산 야영장이다. 그 중 내원 야영장은 지리산 8개의 야영장 중 제일 인기가 많은 곳이다. 따라서 여름 성수기에는 피하는 게 좋다. 조금 기다렸다가 호젓한 가을에 찾아가 보자.
내원 야영장은 자동차 41면, 데크 11면, 일반영지 53면, 총 105개 사이트를 운영중이다. 자동차와 데크 사이트는 인터넷 예약제로, 일반영지는 선착순으로 운영된다. 자동차 사이트는 전기 사용이 가능하고 편리한 오토캠핑이 가능하다. 데크를 비롯한 숲 속 일반영지는 짐을 날라야 하고 전기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그늘이 풍부하고 자연친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데크를 제외한 일반영지는 땅이 다소 고르지 못한 곳도 있다.
개수대와 화장실 등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매점도 운영된다. 무엇보다 바로 옆 지리산 청정 계곡은 내원 야영장을 으뜸으로 만드는 원동력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계곡은 여느 계곡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지리산의 스케일을 말해 준다.
◇예술적 담장의 미학 - 남사 예담촌= 내원 야영장을 나와 단성면을 향해 달리다 보면 20여분 거리에 한옥마을을 지나게 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된 남사 예담촌이다. 작고 아담하지만 마을의 역사가 700년이 넘는다. 예술적인 담장을 지니고 있다 해서 예담촌이란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예담촌의 담장은 얼핏 보면 무질서해 보인다. 울퉁불퉁 막 발라 놓은 듯한 흙담장은 걷는 내내 만지고 싶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담장에 비벼댄 아이의 손은 어느새 흙투성이가 되어 있다.
걷는 내내 따스함이 느껴지는 예담촌 걷기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역사를 품은 고목 찾기에 있다. 그 대표적인 나무는 이씨 고가로 들어가는 돌담길 중간에 있는 300년 된 회화나무다. 선비의 나무라 일컫는 회화나무 두 그루가 절묘하게 교차하며 X자를 그리고 있다. 이 나무 아래를 남녀가 손잡고 걸으면 백년해로한다는 설이 있으니 연인이나 부부는 꼭 걸어보길 권한다. 또한 정씨 고가의 700년 된 감나무, 하씨 고가 마당의 650년 된 매화나무도 만나보면 좋겠다.
◇의복의 고마움을 느끼다 - 목면시배유지= 남사 예담촌에서 4㎞ 거리에 있는 산청 목면시배유지는 이름 그대로 목화가 처음 재배된 곳이다.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장인과 함께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한 곳이라 그것을 기념하고자 설립됐다. 목면시배유지는 크게 전시관과 사적비, 사당인 부민각, 목화재배지 등으로 이뤄져 있다.
전시관은 규모는 작지만 목화의 재배 과정에서부터 의생활의 역사까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잘 정리가 돼 있다. 매일 입는 옷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는지, 한 톨의 목화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아이와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관람이 끝나면 야외의 목화재배지에 가서 직접 목화솜을 관찰할 수도 있다. 8월 말부터 채취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가을은 목화솜을 볼 수 있는 적기다. 보송보송한 목화솜을 직접 만져보면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의복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전통 의학에 대한 자부심 - 산청 한의학 박물관= 마지막으로 지리산에서 발원한 한의학의 발전을 보러 동의보감촌에 위치한 한의학 박물관을 찾아가 보자. 산청은 허준의 스승인 명의 유의태 선생의 고향이며 그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산청군에서는 그곳에 ‘동의보감촌’을 조성하고 한방테마공원으로 만들어놓았다. 허준의 저서인 ‘동의보감’ 40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전시와 한의학의 발전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한의학박물관을 둘러 본 다음에는 천천히 테마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다. 각종 재미있는 조형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란 호랑이와 듬직한 곰, 아이들은 동물 입속에 들어가 보고 즐거워한다. 또한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열두 동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도 즐거움을 주는 분수가 된다.
글 안윤정(루피맘), 사진 서은석(실버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