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의혹에 경제산업상에 이어 법무상까지… 아베 여성각료 하루만에 2명 사퇴

입력 2014-10-20 21:06
오부치 유코 일본 경제산업상이 20일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AFPBBNews=New1

9월 3일 개각 후 47일 만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핵심 여성 각료 두 명이 사퇴했다. 일본 언론들은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진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야당에 고발당한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상이 사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이후 각료가 사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부치 경제산업상은 자신이 관여한 정치단체의 허위 회계 의혹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사표 제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의 회계 처리 등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으나 이 문제로 국회의원까지 사퇴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마쓰시마 법무상이 사표를 냈다. 마쓰시마 법무상은 자신의 선거구에서 열린 축제 때 자신의 이름과 직함이 적힌 부채를 돌린 게 문제가 됐다. 민주당은 선거구에 부채를 돌리는 행위가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기부’에 해당한다며 지난 17일 마쓰시마 법무상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마쓰시마는 “지역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내용을 (부채에) 인쇄해 토의자료로 돌린 것으로 기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고발장이 수리되면 법무장관인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되는 점 등을 감안해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NHK는 전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도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아베 총리는 마쓰시마 법무상과 면담한 뒤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두 사람을 임명한 책임은 총리인 나에게 있다”며 “이런 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후임 인사를 내정했다. 신임 경제산업상에는 내각부 부대신을 지낸 미야자와 요이치를, 신임 법무상에는 각료 경력이 있는 가미카와 요코(여) 중의원을 기용했다. 이들은 21일 왕궁에서 임명장 수여 절차를 거쳐 장관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여성 각료 2명이 물러나고 새로운 여성 각료 1명이 새로 입각하게 되면서 아베 내각의 여성 각료는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정권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사람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고, 같은 날 신임 각료를 내정해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1차 집권 때에도 정치자금 문제로 ‘각료 사임 도미노’를 겪은 끝에 1년 만에 야당에 정권을 내준 바 있다.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입각시킨 여성 각료 5명 중 2명이 중도 하차하면서 아베 정권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상,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 등 나머지 여성 각료 3명도 지난 18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주변국의 반발을 사 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