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미생’과 함께 재조명받고 있는 웹툰이 또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 되고 있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입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다음에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연재됐습니다. ‘송곳’은 5개월 뒤인 지난해 12월에 등장했죠. 연재되는 공간은 달랐지만 “‘미생’을 본 이들에게 ‘송곳’을 추천한다”는 댓글을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두 만화는 닮았습니다. 읽다보면 가슴 한구석을 쿡 찌르듯 아프죠. 너무 현실적이라서요.
‘송곳’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형마트 과장 이수인이 부당해고 지시에 맞서면서 노동운동에 뛰어드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2002년 대형마트 까르푸에서 벌어진 노조 파업사태를 모델로 했습니다.
지난 14일 올라온 3부 2화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서막에 불과했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그만큼 강렬했습니다. 몇 명 되지 않는 노동조합원 앞에서 노동운동가 구고신이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이 한 회를 채웠습니다.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없습니다. ‘애들 학교 가는 것도 못 보고 새벽밥 지어 먹고 나온’ ‘허리 어깨 무릎 팔을 파스로 도배한’ ‘오줌 누러 갈 시간도 없어서 방광염 걸린’ 대형마트 직원들의 현실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여러분들 쫓아내면 그 자리 그대로 비워 두겠소? 월급 몇 푼 더 깎아서 계약직으로, 파견직으로, 외주업체로, 그 자리에 여러분들을 다시 채워 넣을 겁니다.” 구고신의 대사는 곱씹을수록 마음이 짠합니다.
여운이 진했던 걸까요. 19일 한 온라인 사이트에선 ‘미생 vs 송곳 어느 쪽이 더 보기 힘드신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긴 만화를 두고 이런 질문이 나오는 상황이 어쩐지 ‘웃프게’ 느껴집니다. 네티즌들의 답은 각기 달랐습니다. 다만 두 작품이 수작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송곳’도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면 좋겠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모든 변화는 불편함에서 시작됩니다. ‘미생’과 ‘송곳’이 주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단지 아픔으로만 남아있진 않겠죠. ‘미생’의 선전이 기쁘고, ‘송곳’이 올라오는 화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