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자를 포용하려던 가톨릭교회의 ‘혁명적’ 시도가 보수파의 반발로 무산됐다.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했던 세계주교대의원대회(주교 시노드)의 중간보고서 문구가 18일(현지시간) 시노드 마지막 날 회의에서 모두 삭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시노드 최종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개혁을 시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등 진보파와 이에 저항하는 보수파 간에 갈등의 골이 매우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앞서 13일 공개된 중간보고서에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파장이 일었다. 기존 교리를 변경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동성애와 이혼, 피임 등 엄격히 금지해 온 사안에 폭넓게 문을 열겠다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보수적인 기존 가톨릭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교황청은 동성애 관련 문구를 한층 ‘톤 다운’한 영문 개정판을 만들어 절충을 시도했다. 하지만 최종보고서에서는 이마저도 채택되지 못했다.
AP통신은 동성애 등에 대한 문구를 최종보고서에 채택할지를 묻는 투표에서 118명이 찬성, 6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전했다. 최종보고서에 해당 언급이 채택되려면 주교회의 참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AFP통신은 이번 표결을 통해 교황을 선두에 세운 가톨릭 내 진보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세력이 드러내놓고 맞붙었으며 교황이 일격을 받았다고 해석했다.
BBC 방송도 가톨릭 교회 지도자들이 동성애자와 이혼한 사람들에게 더욱 자비로운 태도를 보이도록 설득하려던 교황의 시도가 ‘퇴짜’를 맞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표결에 참여한 주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8명이 중간보고서 내용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노드 최종 보고서는 각 교구로 전달돼 의견 수렴절차를 거친 뒤 내년 10월 시노드에서 다시 제출될 예정이어서 가톨릭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남호철 기자 hcnam@kmib.co.kr
가톨릭 동성애 포용, 보수파 반발로 무산
입력 2014-10-19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