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17일 오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을 찾은 최모(15)군은 “포미닛이 무대에서 내려올 무렵 무대 오른쪽 계단 위 환풍구에서 ‘쾅’ 하고 큰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환호성인줄 알았는데 곧 ‘사람이 빠졌다’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관객들이 떨어진 환풍구는 무대에서 15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무대보다 높고 가까워 10대부터 50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가로 5m, 세로 3m가량의 환풍구는 바둑판 모양의 철제 덮개 6개로 덮여 있었다. 수십명이 올라서자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덮개가 무너지면서 27명이 중심을 잃고 18.7m 아래 지하로 추락했다.
인근 상인 조모(65·여)씨는 “환풍구 쪽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오기에 처음엔 담뱃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어! 어! 어!’ 하면서 헛손질을 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질 듯하다 갑자기 밑으로 사라졌다”고 했다.
복잡한 구조 탓에 환풍구 안으로 진입이 쉽지 않았고 구조가 늦어지면서 피해도 커졌다. 사고 직후 출동한 소방구조대는 환풍구 위에서 로프를 내려 구조를 시도했다. 그러나 복잡한 구조와 예상치 못한 깊이 탓에 포기하고 건물 지하 4층 주차장으로 내려가 환풍구와 연결하는 벽을 뚫고 진입했다.
당시 주변을 지나던 한 시민은 “구조대가 지하 4층에서 엘리베이터로 부상자를 이송해 올라왔는데 상당수가 의식이 없는 것 같았다. 의식이 있어도 많이 다친 듯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환풍구 바닥에는 추락한 사람들과 철망이 뒤엉켜 있었다”면서 “높은 곳에서 떨어진 데다 무거운 철망 때문에 희생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주최 측도 환풍구에 올라선 사람들에게 주의를 줬다고 했다. 그러나 환풍구 덮개의 추락 가능성보다 인파에 떠밀려 다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목격자는 “사회자가 위험하다고 내려오라 했는데도 관람객들이 듣지 않았다”며 “안전과 직결된 문제인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목격자는 “주변 스태프들이 ‘사람이 많이 몰려 환풍구 위에서 도로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다”며 “주최 측도 환풍구 덮개가 무너질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 안전요원이 배치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무너지기 전 상당시간 동안 덮개가 하중에 눌려 휘어져 있던 모습을 여러 사람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공연장에는 무대 앞쪽과 관람석 사이에 안전요원 10여명이 배치됐지만 불과 15m 떨어진 환풍구 주변에는 없었다. 이와 함께 소방당국과 경찰은 환풍구 덮개의 부실시공 가능성도 조사 중이다.
부상자들이 후송된 병원에서는 가족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후 9시쯤 경기 성남 제생병원에선 중년 여성이 “○○야 뭐라고 말 좀 해봐” 하고 흐느끼며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 다른 부모들도 잇따라 휴대전화를 든 채 병원에 들어가 의료진을 상대로 “공연 보러 간 딸이 연락이 안 된다. 갈색 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온다”는 식으로 인상착의를 설명하며 발을 굴렀다. 일부는 병원에 비슷한 인상착의의 사상자가 없다는 말에 서둘러 다른 병원으로 향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인근 회사 직장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김모(41)씨는 “저녁을 먹고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잠시 공연을 보러 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근 회사 출입증을 목에 건 직원들이 병원을 드나들며 동료들을 애타게 찾는 모습도 여럿 발견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중상자 중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당시 야외공연장에는 700~1000명이 모여 있었다. 사고 당시 현장 인근에 있던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고 발생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혼잡했다. 공연장 옆 편의점 점원 김모(58)씨는 “처음에 진행자가 ‘안전사고가 났으니 잠시 중단하겠다’고 안내방송을 했다”며 “느낌에 무대가 좀 비뚤어진 정도라고 생각했다. 사회자도 무슨 사고였는지 파악하지 못한 눈치였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서 관람하던 윤모(27·여)씨 또한 “진행자가 사고 공지를 하기 전까지는 몰랐다”며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떨어지는 소리나 비명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남=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판교 환풍구 붕괴참사] “환풍구 바닥에 사람들과 철망이 뒤엉켜…” 끔찍했던 현장
입력 2014-10-18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