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건창 200안타, 신고선수에서 레전드로

입력 2014-10-17 18:53

‘신고선수로 프로에 진출해 한 타석만 서고 방출. 경찰청 야구단에 지원했지만 탈락해 현역입대. 그리고 또다시 신고선수로 입단.’

넥센 히어로즈 2루수 서건창(25)의 불과 2년 전 이력이다. 눈물 젖은 빵을 먹고 숱한 좌절을 이겨낸 서건창이 마침내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 됐다.

서건창이 17일 ‘꿈의 200안타’를 쳐냈다. 서건창은 목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1회말 안타를 뽑아냈다. 서건창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200번째 안타를 쳐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어느 선수도 이루지 못한 꿈의 기록이다.

정규 리그가 128경기인 한국프로야구에서 200안타는 ‘신의 영역’으로 불릴 만큼 나오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한국보다 16경기를 더 치르는 일본프로야구(144경기)에서도 지금까지 5명이 모두 6차례 달성한 게 전부다. 1년에 162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타자들만 세우는 기록이다. 지난해엔 아예 200안타를 때린 타자가 없었고, 올해 다시 2명이 나왔다.

서건창은 또한 올 시즌 134득점으로 종전 기록인 1999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의 127득점을 일찌감치 넘긴 바 있다. 그리고 65회의 멀티 히트를 때려내며 1999년 이병규(LG 트윈스)의 세운 64경기 기록도 넘어선 바 있다.

서건창의 대기록 작성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그의 고단했던 야구 역정 때문이다. 이종범, 이승엽, 이병규가 고교 시절은 물론 프로 데뷔 때부터 초특급 선수로 주목받던데 비해 그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광주일고 졸업 후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그리고 그해 1군 무대에 단 1경기에 나선 뒤 방출된 데 이어 경찰청 야구단에서도 떨어지는 바람에 2009년 현역 육군으로 입대했다. 그는 군에서 체력훈련을 악착같이 하는 한편 머릿 속으로 공격, 수비, 주루 플레이를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 했다.

제대 후 그는 2011년 말 다시 신고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그런데 당시 넥센 2군 감독이었던 박흥식 롯데 코치가 그의 눈빛에서 절실함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읜 뒤 어머니와 여동생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그는 성실하게 훈련했고 기량 역시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박 코치는 당시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에게 그를 추천했고, 구단은 스프링 캠프에 그를 데려갔다. 당시 구단은 그를 1군 내야 백업 선수로 키울 계획이었지만 주전 2루수였던 김민성이 2012 시즌 개막을 앞두고 부상당하면서 그에게 기회가 왔다. 그는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개막전에 선발 출장해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결승타를 때려내며 성공 신화의 시작을 알렸고, 그 해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웠다.

지난해 그는 발목부상 때문에 잠시 주춤했다. 8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타격감도 떨어졌다.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체력을 기르는 한편 타격폼을 고쳤다. 그리고 올해 200안타를 비롯해 한국 프로야구의 각종 기록들을 바꾸는 대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최고선수(MVP)를 예약했다.

방출선수였다가 다시 재기해 2년 전 최저 연봉인 2400만원을 받았던 그의 올해 연봉은 9300만원이다. 보여준 활약에 비하면 지나치게 헐값이다. 하지만 이도 지난 시즌 연봉 7700만원에서 1600만원(21%)오른 금액이다. 올해 프로야구가 평균 연봉 1억(약 1억774만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봉 대박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